대법, 노동자 승소 원심 파기 환송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공장./현대차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공장./현대차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노동자에 대해 회사가 복직시키면서 일시적으로 대기발령 조치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기발령이 '원직복직에 해당하는 합당한 업무'를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로서 필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4일 현대차 하청업체 직원이던 최병승(48)씨가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최씨는 2002년 현대차 울산공장의 사내 하청업체인 예성기업에 입사해 정규직화 투쟁을 벌이다 2005년 2월 예성기업으로부터 징계해고를 당하며 현대차 사업장 출입이 금지됐다.

최씨는 이에 2011년 12월 "현대차의 해고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2005년 이후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10월에는 송전철탑에 올라가 296일 동안 '현대차 내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재심판정을 통해 이 사건 부당해고를 확인하고 원직복직명령을 내리자 현대차는 2013년 1월 최씨에 대해 배치대기 인사발령을 했다.

배치대기발령 기간 동안 최씨는 회사의 조치에 불응해 927일간 출근을 하지 않았고 2016년 12월 현대차는 최씨를 징계해고했다.

이에 최씨는 현대차를 상대로 해고의 무효확인, 첫 번째 해고 이후 기간(2005년2월~2016년12월)에 대한 임금, 단체협상 제36조에 따른 징계가산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최씨의 출입증을 회수하고 회사 출입을 금지한 처분이 해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를 무효로 판결했다.

아울러 2005년 이후 밀린 최씨의 임금 2억8000여만원과 가산금 200%를 더한 총 8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2심 재판부 역시 현대차의 최씨에 대한 해고 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현대차가 가산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보고 지급 액수를 4억6000여만원으로 낮춰 판결했다.

대법원은 최씨의 부당해고를 인정하면서도 최씨가 복직 결정 후 출근하지 않은 기간(2013년 1월9일~2014년 3월31일)에 대해서는 현대차의 임금지급 의무가 없다며 해당 기간 임금지급 의무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받을 수 있는 액수가 더 줄어든 셈이다. 

대법원은 "배치대기 인사발령은 최씨를 현실적으로 고용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직무교육 등으로 현대차 사업장 질서에 맞게 받아들이며 그 과정에서 최씨에게 합당한 보직을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라고 판시했다.

이어 "배치대기 인사발령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고 이로 인해 최씨가 받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이 있다거나 그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최씨는 해고 시점부터 7년 이상 지난 뒤 복직하는 것이라 현대차로서는 그 사이에 이뤄진 작업방식 변화, 최씨의 업무수행 능력, 각 공정의 배치 수요를 살펴 합당한 보직을 부여할 필요가 있었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은 "현대차가 최씨의 복직을 부당하게 지연시킬 의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고 최씨 측과 복직에 관해 충분한 의사를 교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가산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2심 판단도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현대차가 2005년 2월 사업장 출입을 금지함으로써 최씨를 해고한 행위는 징계권 행사나 징벌적 조치로 보기 어렵다"며 "최씨는 가산금 조항에 따른 가산금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대기발령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요건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당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대기발령을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적법하다는 취지는 아니다”며 “대기발령이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 정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같은날 열린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 하청업체 직원 오지환(52)씨가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도 상고 기각으로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

오씨는 2003년 해고됐다가 2005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해 2015년 대법원으로부터 불법 파견을 인정받았다.

이후 현대차가 자신을 복직시키면서 내린 배치대기 인사가 부당하다며 375일간 출근을 거부했고 현대차는 2016년 무단결근을 사유로 그를 해고했다.

오씨는 이 징계가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재판부는 "현대차의 배치대기 발령은 합당한 보직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기간도 3주 정도에 불과했다"며 "이에 불응해 출근하지 않은 오씨에 대해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