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통행세' 받은 SPC삼립엔 647억원 과징금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허영인(71) SPC그룹 회장이 또 검찰 조사를 받게됐다.

허진수 SPC 부사장과 허희수 전 부사장 등 2세 경영세습을 위해 계열사들을 동원, 두 아들이 지분을 보유한 SPC삼립을 밀어준 혐의다. 

빵 재료 등 유통과정에 ‘통행세’를 받은 SPC삼립은 부당지원 관련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PC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47억원을 부과하고 허영인 회장과 조상호 전 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현 파리크라상 대표 등 경영진과 파리크라상, SPL, 비알코리아 등 3개 계열사 법인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허 회장은 그룹 주요회의체인 주간경영회의, 주요 계열사(파리크라상, 삼립, 비알코리아) 경영회의 등에 참석해 계열사의 주요사항을 보고받고 의사결정을 했다.

허 회장의 결정사항은 조 전 사장, 황 대표 등 소수 인원이 주요 계열사의 임원을 겸직하면서 일관되게 집행됐다.

SPC는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을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파리크라상은 허영인(63.5%) 회장, 허진수(20.2%) 부사장, 허희수(12.7%) 전 SPC 부사장 등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공정위가 확보한 내부자료에 의하면, SPC는 삼립의 주식가치를 높인 후 2세들이 보유한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출자하거나 파리크라상 주식으로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이려고 했다. 삼립의 매출을 늘려 주식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삼립은 파리크라상이 지분 40.6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허영인(9.27%) 회장, 허진수(11.68%) 부사장, 허희수(11.94%) 전 부사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73.55%다.

SPC 계열사들이 참여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총 7년 동안 지속된 지원행위로 삼립에 제공한 이익 규모는 총 414억원에 달한다.

SPC는 판매망 저가양도와 상표권 무상제공, 밀다원 주식 저가양도, 통행세 거래 등을 통해 삼립을 부당지원했다.

샤니는 2011년 4월 1일부터 2019년 4월 11일까지 삼립에 판매·연구개발(R&D)부문의 무형자산(판매망)을 정상가격인 40억6000만원보다 저가인 28억5000만원에 양도하고, 상표권을 8년간 무상 제공함으로써 총 13억원을 지원했다.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2012년 12월 밀다원의 주식을 삼립에 저가로 양도함으로써 총 20억원을 지원했다.

2012년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고 통행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밀다원 지분을 적게 보유한 삼립에게 밀다원 지분 전체를 이전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또한 파리크라상, SPL, 비알코리아 등 제빵계열사들은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생산계열사가 생산한 제빵 원재료(밀가루·액란 등)·완제품(파리바게뜨 가맹점에 판매하는 생수·잼·유제품 등)을 삼립을 통해 구매하면서 총 381억원을 지급했다.

SPC는 이러한 통행세 거래가 부당지원행위임을 인식했음에도 은폐와 조작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허 회장이 주관하는 주간경영회의에서 통행세 발각을 피해 삼립의 표면적 역할을 만들 것, 계열사·비계열사 간 밀가루 단가 비교가 어렵도록 내·외부 판매제품을 의도적으로 차별할 것, 법인세법상 부당행위 적발을 막기 위해 삼립 계열사 판매단가를 여타 제분업체의 판매단가보다 3∼5% 범위에서 높게 설정 것 등을 결정하고 실행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이 아닌 중견기업집단의 부당 지원행위를 시정함으로써 기업집단의 규모와 무관하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내부거래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SPC 측은 “판매망과 지분 양도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에 대한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졌고, 계열사 간 거래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라며 “삼립은 총수일가 지분이 적고 기업 주식이 상장된 회사로 승계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총수가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음을 충분히 소명했으나 과도한 처분이 이뤄져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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