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알고싶다/SBS

[포쓰저널] SBS 그것이알고싶다(그알)가 25일 밤 '비밀의 숲 - 살인자의 자백 그리고 사라진 시신 편'에서는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재수사 결과, 당시 초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김현정 양의 살인을 은폐한 공범들의 실체를 추적한다. 

“외람되지마는 형사들하고 저기가 다 해결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시신이라도 좀 찾으면 좋겠다, 생각이 있거든예”

아버지가 지금껏 놓지 못했던 희망이 산산이 조각나는 순간이었다. 무참히 막내딸을 죽인 살인자의 입을 통해 듣는 모든 이야기는 기약없이 기다렸던 30년보다도 훨씬 잔인한 것이었다. 

이춘재는 추가 범행을 자백할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으러 야산에 올라갔다가 우연히 만난 초등학생과 대화를 나누게 됐고, 신발주머니에서 꺼낸 줄넘기로 아이의 손목을 묶고 범행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1989년 7월 7일 경기도 화성. 당시 실종으로 은폐됐다가 피해자로 확인된 김양의 실종 수사는 단순 가출로 종결됐다.    

실종 후 5개월이 지난 같은 해 12월, 마을 주민들에 의해 인근 야산에서 ‘2학년 3반 김현정’이라고 적힌 노트가 든 책가방과 신발, 옷가지와 같은 물품들이 발견됐지만, 가족들은 어떠한 말도 전달받지 못했다.
그렇게 30년이 지나서야 당시 김현정 양의 유류품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류품이 발견된 후 형사와 함께 그 주변을 탐색했다는 방범 대장은 수색 작업 도중 줄넘기에 묶인 뼈가 발견됐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도 털어 놨다. 

“그냥 추측하기론 팔인 거 같기도 하고 그래. (줄넘기에) 묶여 있다고 봐야지, 그렇게 빨간 게 있었지.”

하지만 이와 관련된 기록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경찰은 재수사를 하기는커녕 이 모든 사실을 함구했다. 당시 사건의 경위를 알고 있을 수사진들은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대답을 피했다. 

김양의 아버지 김모(69)씨는 7월7일을 기일로 삼아 되면 화성시 병점동 김양의 피해 추정장소를 찾아 헌화하고 30년째 돌아오지 못한 딸의 넋을 기린다. 

김양이 실종된 지 31년이 된 이달 7일에도 김양의 오빠인 아들과 함께 피해 추정장소를 찾았다. 

“그때 경찰이 대체 왜 사건을 숨긴 것인지, 이유라도 묻고 싶소.”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이춘재(57)에 희생된 초등학생의 유류품이 발견됐던 경기 화성시 한 근린공원에서 7일 오전 유가족들이 헌화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이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사과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의 경찰들이 할 것이 아니라 당시 경찰들이 해야 한다”면서 “아직 당사자들에게 사과를 받지 못했고 또 얼굴도 모른다”고 했다.

김씨의 법률대리인 이정구 변호사는 “당시 수사관들의 사체은닉,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가 끝난 것으로 보고 불기소 의견 처리된 것이 아쉽다”며 “다만 수사를 바로잡을 수 있음에도 바로잡지 않은 직무유기는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직무유기에 대해서는 수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상황인 퇴임까지로 보고 퇴임 이후부터 공소시효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가해자는 정년과 천수를 누리고 있는데 피해자는 시신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유연한 법리 판단을 바란다”고 했다.

경기지방남부경찰청은 지난 2일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종합수사결과 발표에서 김양의 사건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으나 공소시효가 끝나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했다. 

진범 논란이 일었던 '이춘재 8차 사건' 재심에서도 과거 수사기관의 진술조서, 수사보고 등이 조작됐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숨진 사건이다.

윤모씨(59)는 다음 해 범인으로 검거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하지만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고, 이춘재의 자백 뒤 재심을 청구했다.

김양을 포함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살인 14명, 강간 9명으로 확인됐다.

김현정 양의 가족들은 지난 30년간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SBS 그것이알고싶다(그알) 1224회 '비밀의 숲 - 살인자의 자백 그리고 사라진 시신 편'은 25일 토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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