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광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대표

 

도서정가제가 지역서점을 보호할 것인가

 도서정가제 도입이 논의되던 초기부터 도입취지 중 하나로 ‘지역서점’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5일 문체부가 주최한 ‘도서정가제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일부 토론자는 여전히 도서정가제가 지역서점의 산소호흡기라는 주장을 하면서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현재 온라인서점 점유율이 60%가 넘고 지역서점이 사라진 원인으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 불공정한 법체계로 인하여 지역서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했으나 아시다시피 온라인 서점의 점유율은 도서정가제 도입이 결정된 2000년경 겨우 3%였을 뿐이다. 온라인서점이 점유율을 높이게 된 것은 당연히 도서정가제가 별도의 법으로 규정되고 나서부터다.

도서정가제가 지역서점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역사적인 의미 외에는 없다. 온라인 서점 도입기인 2000년 경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지역서점조합연합회 등이 주장한 대로 도서정가제가 도입되어 할인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예스24 , 알라딘 등 인터넷서점들의 시장진입은 지체되었거나 지금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온라인 서점들은 당시 불편한 배송시스템 등으로 인하여 가격할인이라는 장점이 없었다면 소비자들이 쉽게 사용자 경험을 변경하지 않았을 것이고, 온라인 서점들의 시장 진입은 그만큼 어려움을 겪었을 것임은 자명하다. 온라인 서점의 시장진입이 지체된 만큼 지역서점들의 감소는 둔화되었을 것이다.

오늘 지역서점의 위기는 본질은 무엇인가?

먼저, 외부환경과 내부 대응의 부적절함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이 가져 온 패러다임의 변화다. 애초에 군사용으로 개발된 인터넷이 산업에 활용되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패러다임이 변화되었다. 아마존 등 온라인 서점과 쇼핑은 이미 미국에서 대세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이후 인터넷 혁명으로 인한 변화로 도서 소비자들의 사용자 경험이 기존 지역서점들의 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외부 환경의 변화에 지역서점들은 주로 변화를 부정하고 기존 오프라인적 거래관계의 존속을 고집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세계는 인터넷 혁명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되었음에도 변화된 환경에 적절한 경영과 기술 혁신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오직 기존 오프라인 거래관계의 존속을 위해 도서정가제의 도입을 주장했을 뿐, 도서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혁신을 준비하지 않았다. 보호의 지속을 원했을 뿐, 일정기간 보호 이후에 대한 답은 내지 못했다.

다음으로, 도서정가제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도서정가제가 지역서점을 보호해 줄 수 있다고 믿은 데 있다. 도서정가제는 공정거래 및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 및 제29조 소정의 ‘재판매가격유지’제도다. 즉 저작권자와 출판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최종 판매자인 ‘서점’(지역서점 포함)의 가격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법제도다. 그럼에도 지역서점들이 서점을 보호하는 제도로서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것은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온 아이러니다.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피해를 보고 있음을 직시하고 도서정가제 폐지 서명에 나선 20만명의 도서 소비자인 국민과 대비된다.

지역서점의 위기는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도서생태계의 변화와 생태계 내부의 대응 문제에 기인한다. 그러나 현재 지역서점의 실질적 위기는 출판사들이 지역서점에는 책을 공급하지 않고 공급할 경우에도 ‘공급률’을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보다 높게 책정하는데 있다. 이로 인하여 지역서점들은 온·오프라인 대형서점보다 소비자에게 할인을 높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도서정가제로 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보호받고자 하는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공급률이다.

대형출판사들의 이익집단인 대한출판협동조합과 그 이익을 사실상 대변하고 있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역서점들에 대한 책의 공급과 공급률 인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출협은 대형 출판사들에게 이익이 되는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면서 공급률 문제를 감추거나 호도하고 있다. 현재 지역서점의 위기의 실체는 출협 등 출판사들의 공급중단과 높은 공급률에 있다. 그럼에도 이를 해결하지 않고 문제를 감추고 호도하기 위하여 도서 생태계를 교란하는 주장을 계속해서는 안될 것이다. 나아가 출협 등은 2014년 도서정가제 개정이 생태계에 끼친 악영향에 대해서 석고대죄해야 한다.

현재 지역서점들은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납품을 독점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도 지역서점에게 도서관 납품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다. 지역서점 사이에서는 납품권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하다. 서점인증제라는 듣보잡 제도도 도입되었다. 도서관에 대한 할인율을 더욱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납품권을 가진 지역서점들에게 수익률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애꿎은 도서관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제도의 보편성과 일반성을 허물어 뜨리는 조치다.

도서정가제의 폐지와 개선을 논의하면서 그 첫걸음으로 과거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이를 직시해야 한다. 과거를 직시하는 자만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민청원 20만명의 주장을 엄중히 받아 들여야 한다. 도서정가제 폐지하고 웹툰, 웹소설 등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를 멈추라는 것이 국민청원에 참여한 20만명 도서 소비자인 주인이 정부에 내린 명령이다.

글쓴이: 배재광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대표(law@cyb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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