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광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대표

 

15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 주최로 ‘도서정가제 개선 방향을 논의하다’라는 주제로 공개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작년 12월 12일 완전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완반모. 대표 배재광)이 주도한 청와대 20만명 국민청원에 대한 박양우 장관 답변을 구체화한 토론회였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국민청원을 주도했었던 완반모와 현행 도서정가제에 대해 반대하는 전문가들이 초대받지 못한 반쪽짜리 행사였다는 점이다. 

2014년 현행 도서정가제로 개정할 당시 문체부와 진흥원이 도서소비자인 국민들과 신인 작가, 중소형 출판사 등에게 제시한 취지와 효과에 대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당시 개정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신인작가들은 더 많은 발표기회를 가지게 되므로 다양한 작품들이 생산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질 것이며, 이에따라 도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양서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될 뿐 아니라 개정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더욱 저렴해진 책을 더 많이 소비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중소 출판사들은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들에게 공급률을 침해 받지 않기 때문에 경영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결과는 참담했다. 신인작가는 어디에서도 종이책을 출간하여 등단할 기회를 찾지 못하자 웹소설과 웹툰으로 방향을 돌리게 되었고, 도서 소비자는 더 경직된 가격체계하에서 신진작가가 출간한 양서를 접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구간조차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결과는 가계의 도서지출 44% 감소였다. 중소출판사는 개정안에 의하여 독점력이 더 강해진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에 공급률 압박과 함께 신간출간도 못하고 구간 재고를 할인 판매할 수도 없게 되어 파쇄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물론 파쇄는 대형출판사들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나 출판인회의 등 단체는 지역서점들이 나아질 것이라고 회유했으나 출판사가 지역서점에 책을 공급하지 않고,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에 비해 공급률을 높게 가져 가는 한 살아 날 길은 없다. 그럼에도 지역서점들이 도서정가제가 유지되어야 자신들이 생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도서정가제, 즉 완반모가 재판매가격유지제도는 최종 판매자인 서점들의 가격결정권을 제한하는 제도이고, 자신들을 어렵게 하는 진짜 원인이 출판사불공정 거래로 인한 공급률 문제라는 것을 주장하였기 때문에 이를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현행 도서정가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그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하게 한다.

또한 토론회에서 일부 토론자가 완반모가 주도한 20만명 국민청원이 왜곡되었다거나 하물며 사석에서는 완반모 대표가 서명 데이터를 조작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한 것을 보면 도서정가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일부 사람들의 비이성적인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진흥원이 후원한 완전도서정가제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발표된 의견들을 감안하면 도서정가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기득권을 가진 대형출판사와 대형서점들의 이익은 자명하다. 최종 판매자인 서점의 가격결정권을 사실상 완전히 제한하거나 구간행물에 조차 도서정가제를 적용하고 있는 제도를 온존하고자 하는 것은 기득권에 다름 아니다. 몰락한 공산주의 유물인 관리가격으로 회귀하는 현행 도서정가제와 이로 인한 가격의 경직성은 결국 소비의 위축과 이에따라 저작자의 생산력이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지 의심스럽다. 사실을 간과한 결과가 중소형 출판사 뿐 아니라 대형출판사들까지 경영난에 직면해 있으며 한해 발간된 책의 20~30의 구간서적을 파쇄하는 비극을 낳았다. 가격의 역동성을 통하여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고 혁신을 유지하는 자본주의적 생태계를 완전히 외면하고자 하는 것이 비극의 원인이다.

토론회에서 문체부는 재정가제도를 유지하고 이를 일부 완화해서 국민청원 20만명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완반모가 지난해 토론회에서 주장했듯이 재정가제도는 그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된다. 도서정가제는 생산자인 저작권자와 출판사의 이익을 위하여 서점과 소비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인데 저작권자와 출판사의 본질적인 권리인 최초 가격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도서정가제의 취지에도 반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 보장과 시장경제의 원리에도 반한다.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이나 정부가 규정하는 하위 법령들이 헌법과 헌법정신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필요한 최소한 방법으로 제한해야 할 것이다. 이에 비추어보면 재정가제도는 그 자체로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침해하고 있어서 위헌일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이날 토론회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 서명을 계기로 도서정가제에 대한 소비자인 국민의 목소리와 문재인 정부의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를 귀담아 듣게 되었다는 사실을 밝힌 점은 문재인 정부의 문체부다운 행보로 보인다. 다만, 아쉬운 점은 도서생태계를 활성화하려는 제도의 취지와 거기에 걸맞는 도서정가제, 재판매가격유지 제도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데 실패하였다는 사실이다. 차제에 다양한 생태계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토론회에서 문체부가 여론조사업체(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소비자 대상 도서정가제 인식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현행도서정가제 개선 혹은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무려 77.1%에 달하여 현행유지(23.0%)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이는 현행 도서정가제에 대한 평가는 완반모가 자체적으로 한양대학교 연구원에게 의뢰하여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행 도서정가제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할 제도를 묻는 질문에 가격할인 제한제도, 구간 도서정제 적용 폐지 등을 90%가 선택한 반면, 도서할인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단 10%만 선택한 결과와도 부합한다.

결국 토론회에서 모두 확인한 것은 2014년 현행 도서정가제로 개정할 당시 내세웠던 취지와 효과가 어느 것 하나 충족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이다. 도서정가제는 단순히 종이책 출판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이출판과 전자출판, 웹툰, 웹소설 등 전체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검토되고 규정되어야 한다. 지난해 웹소설과 웹툰에 까지 적용하겠다는 진흥원과 출협 등 단체의 주장에 따라 생태계 전체가 큰 혼란을 겪었다. 당연히 완반모의 20만명 국민청원도 그 과정의 산물이다. 이제 작가들도 도서정가제가 자신들에게 어떤 이익도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서점들도 자신들의 위기가 도서정가제에 의해서 극복될 것이라고 믿을 만큼 어리석지 않다. 출판사들의 정상적인 도서보급과 공급률 인하가 더욱 절실하며 현실적으로 도서관 납품 등 정부의 보장만이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할 것이라는 점도 익히 알고 있다. 완반모를 전적으로 후원하였던 인스타페이가 지향하는 길도 협업을 위해서 눈여겨 볼만하다. 정부로부터 혁신적인 규제샌드박스로 지정받은 기업이 혁신외에 무엇을 하겠는가.

문재인 정부의 문제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0만명 국민청원에 나타난 소비자 국민들의 요구와 여론조사에서 드러나 도서정가제 폐지와 개선에 대한 결과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도서정가제 폐지와 전면적 개선, 즉 재판매가격유지제도 개선과 대형 서점들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엄격한 제재만이 잃어버린 지난 6년을 되찾는 일이고 전자책(ebook), 웹툰, 웹소설 등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글쓴이 : 배재광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대표 (law@cyb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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