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삼성화재 등 국회서 사례 발표
"노사협 통해 노조와해 공작...국감 증인 추진"

한국노총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삼성 노동자 현장 사례발표회'를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최원석 위원장, 삼성디스플레이노조 이창환 위원장,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 삼성화재노조 오상훈 위원장, 더민주 노웅래 위원장./사진=오경선 기자.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약속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삼성 계열사들 현장에서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보장해주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폐쇄적인 노사 문화가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근로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회사와의 협력 관계를 높여야 할 노사협의회가 오히려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삼성노조연대)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삼성 노동자 현장 사례발표회’를 개최하고 이 부회장이 노동3권 보장 등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이후에도 현장에서는 노조 활동의 제반 환경이 갖춰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 발언에 나선 삼성디스플레이노조 이창완 위원장은 “삼성의 노사문화 폐쇄성으로 인권침해, 작업자의 안전할 권리를 묵시하는 행태, 노사협의회를 통한 노조 와해공작 등 여러가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회사는 직원들의 건강관리라는 명분 아래 개인별 건강검진 결과 기록을 토대로 검진율 대비 흡연자 비율을 각 부서별로 보고받고 흡연자를 관리해 왔다”며 “여사원평가표가 존재해 (여성 직원이) 흡연할 경우 (인사평가에서) 치명적인 마이너스 점수를 받는다. 개인 건강사유로 당일 연차를 사용해도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가) 업무 중 상해가 발생해도 평가 불이익은 당연하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왔다. 실제 사고자의 부주의·작업방식 미준수를 보고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부서 내 암암리에 산업재해를 은폐하거나 축소시키는 행위도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7일 진행한 면담에서 이동훈 대표는 노조 인정과 기본활동 보장 요구에 대해 노사협의회 예시를 들며 과반 이상의 직원을 가입시켜 대표성을 가질 것을 전달했다”며 “삼성플레이는 노조와 상생할 계획이 없다”고 사측을 비판했다.

또한 “(노조 형성 후) 노사협의회와 인사팀이 공동 TF를 구성해 직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이전에는 노사협의회가 안건을 내거나 직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적이 없다”며 “노조가 생기니 (회사가) 노사협의회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우려를 느낀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애니카손해사정 노조(애니카 노조)는 노사협의회가 회사 측의 개입과 부당지원으로 자주성이 훼손됐을 뿐 아니라 노조 탄압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니카 노조 최원석 위원장은 “회사가 노노갈등을 교묘히 조장하며 노사협의회를 노조 탄압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며 “언론보도에 따르면 애니카 노사협의회 간부가 노조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탈퇴를 종용했다. 누가 사주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누가 이러한 상황을 가장 바라고 있을지는 모두 짐작 가시리라 믿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노사협의회는 단순 회의체로 운영돼야 하지만 회사는 (노사협의회에) 자체 사무실, 회의실, 관리비 등 지원과 다수의 유급 상근 근무자를 인정해주고 있다”며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회사는 노사협의회에 회의와 해외 연수 등 명목으로 연간 수 천만원을 지원하며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며 “불법적인 지배 개입과 부당한 경비 지원은 자주적이지 못한 지금의 노사협의회 운영 환경을 만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삼성노조연대는 삼성 측에 ▲노사협의회를 통한 노조 고사 작업 중단 ▲노조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 교섭위원 유급보장, 사무실 등 기본 활동 보장 ▲사내포탈을 통한 메일 발송과 게시판 활용 보장 ▲교섭 시 대표이사가 직접 참여하고 소통에 적극 나설 것 ▲노조의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할 것 등 5가지를 요구했다.

현장 발언 후 노조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안호영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간담회에서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은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삼성 계열사 사장들을 환노위 증인으로 세웠으면 좋겠다”며 “국회의원 앞에서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확약을 하고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건의했다.

삼성노조연대는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디스플레이노조, 삼성SDI울산노조, 삼성웰스토리노조, 삼성화재노조, 삼성애니카손해사정보험노조 등 6개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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