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운항 중단(셧다운)과 희망퇴직을 유도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상황을 악화시킨 제주항공이 인수합병을 파탄시킨 주범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애경 본사 앞에서 '제주항공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3월 모든 국제선·국내선 노선을 운항 중단시켰다. 4월부터는 계약직 직원을 포함해 약 350명 가량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노조가 최근 입수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3월 20일 당시 제주항공 사장이었던 이석주 AK홀딩스 사장이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과의 통화 중 이스타항공의 운항 중단과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통화에서 최종구 사장은 "국내선은 가능한 운항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하자 이석주 사장은 "셧다운을 하고 희망퇴직을 들어가야 한다. 그게 관(官)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체불임금과 관련해 최 사장이 "희망 퇴직자에겐 체불임금을 주지만 나머지 직원은 제주항공이 줘야 하지 않겠나. 직원들이 걱정이 많다"라고 하자 이 사장은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 돈으로 하면 된다"고 답했다.

노조는 해당 통화와 관련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희망퇴직은 M&A 작업 마무리를 위한 기업결합심사를 위해 의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는 체불 임금과 관련해 제주항공이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은 셧다운 이후 매출을 내지 못해 경영난이 극심해졌다. 2월부터 5개월째 직원들에 임금도 지급하지 못해 현재까지 체불액이 250억원에 달한다. 체불임금을 놓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서로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태다.

박이삼 이스타 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제주항공이 MOU 체결 후 자신들이 구조조정을 지시해 왔고, '코로나19로 인한 책임은 계약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아놓고도 3월 이후 발생한 부채를 이스타항공이 갚으라니 날강도나 다름없다"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 인수매각을 파탄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 노조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모두 인지했다. 입장을 정리해 다음 주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제주항공을 규탄하고 정부의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 피켓팅 등 투쟁을 지속해 나간다고 밝혔다. 노조는 4일 오후 2시 민주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이후 시민단체들과 대책위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조만간 이상직 의원과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의원의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는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겸직하고 있던 이스타항공 상무에서 3일 사임했다.

이상직 의원은 6월 29일 아들 이원준씨와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대표가 소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38.6%를 모두 이스타항공 측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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