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자료사진.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경찰이 남양유업의 경쟁사 비방 혐의에 대해 고소장 접수 1년이 지난 시점에야  남양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서는 모습이다. 

경찰의 수사의지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의혹의 핵심인 홍원식(70) 남양유업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 여부 등에 대해선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경찰이 고소인인 매일유업의 고소취하 가능성 때문에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건 같은 명예훼손 사건은 반의사불벌죄여서 고소가 취하되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 있는 홍원식 회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은 직원들과 함께 홍보대행사와 짜고 경쟁사인 매일유업의 제품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육아 전문 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혐의(정보통신망밥상 명예훼손)를 받는다.

이들이 올린 글들은 “매일유업에 원유를 납품하는 유기농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어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남양유업은 5월7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에서도 "매일유업 상하 유기농 목장이 원전 4㎞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했다"며 팩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경찰은 홍 회장이 비방글 게시에 대해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4월 자사 제품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지속적으로 비방글을 올리는 아이디 4개를 특정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관련 글을 쓴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해 부산 소재 온라인마케팅 홍보대행사 ㅂ사와 남양유업의 연결고리를 포착했다.

경찰은 ㅂ사를 압수수색해 이 회사가 아이디 50여개를 이용해 비방글을 조직적으로 올린 것을 확인했다.

남양유업 팀장급 직원들이 이와 관련해 홍보대행사 직원들과 논의한 정황을 포착하고 금전거래 내역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달에서야 홍 회장 등 남양유업 관계자 7명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입건했다.

남양유업은 2009년과 2013년에도 경쟁사를 비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두 번 모두 고소취하 등으로 흐지부지 끝났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경찰의 수사 연장선에서 진행된 사안”이라며 “확인된 정보가 없어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특정 아이디 4개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고, 현재로서는 고소 취하 여부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경쟁사에 대한 조사 등은 경찰의 인지 수사로 이뤄지고 있어 자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