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김지훈 기자] 대형 은행들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 관련 은행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키코 추가 구제대상 기업에 대한 자율 조정 문제를 다룰 협의체 가동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22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과 대구·씨티은행 등 11곳 중 6곳의 은행협의체 참여가 확정됐다.

금융감독원은 19일까지 은행협의체 참여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는데 NH농협·기업·SC제일·HSBC은행은 결정 여부를 이번 주쯤 결정하겠다며 미뤘다.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권고를 받은 KDB산업은행 역시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19일까지 은행협의체 참여 결정을 요청했는데,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법률 검토 등을 위해 결정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은행협의체는 이르면 이달 말 가동될 예정이다. 키코를 판매한 각 은행이 피해 기업과의 분쟁을 자율조정할 때 참고할 지침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은행들은 자율조정 지침을 통해 추가 구제대상 기업에 대한 자율배상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금감원은 원만한 진행을 위해 분쟁조정위원회 결정내용과 배상 비율 산정기준을 설명하는 등 협의체를 지원한다.

은행협의체를 통해 추가 구제되는 기업은 키코 사태 발생 당시 발표된 피해기업 732개(2010년 6월 말 기준) 중 오버헤지가 발생한 206개 기업이다.

이중 이미 소송을 제기했거나 해산한 기업 61개를 제외한 나머지 145개 기업이 자율배상 과정을 거칠 것으로 추산된다. 정확한 기업 숫자는 추후 은행협의체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은행협의체를 통한 키코 자율배상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다수 은행이 배임 이슈를 들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거부했는데 자율배상이 얼마나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키코는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난 사안이라 배상 의무도 없고, 이에 대해 배상하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이 될 수도 있다.

각 은행들은 이 문제를 걱정하며 키코 배상 권고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은행협의체 운영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만큼 협상 단계부터 난항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키코 피해 기업과 당사자인 은행 간의 입장 차가 여전히 명확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키코 피해기업 네 곳에 대해 불완전판매 책임이 인정된다며 은행들이 손실액의 15~41%(총 255억원)를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신한(150억원), 우리(42억원), KDB산업(28억원), 하나(18억원), DGB대구(11억원), 한국씨티(6억원)은행 순이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은행은 ▲소멸시효 경과에 따른 배임소지 ▲나머지 피해기업에 대한 추가배상 부담 ▲채무탕감 과다 등을 이유로 금감원의 키코 분쟁조정안을 수차례 미루다 결국 불수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고 42억원대 배상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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