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 등의 기소 여부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판단을 받게 됐다.

1년 반 이상 수사를 진행해온 윤석열 검찰로서는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두번째 카운터펀치를 맞은 셈이다.

수심위 의견은 권고적 효력만 있지만, '수사 중단'이나 '불기소' 등으로 의견이 결정될 경우 검찰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부심위)는 11일 오후 2시부터 회의를 열고 약 3시간40분 동안 논의한 끝에 과반수가 조금 넘는 위원들의 의결로 이 부회장 사건을 수심위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부심위 회의에는 부의위원 15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부심위는 검찰의 30쪽짜리 의견서와 이 부회장, 김종중 전 사장, 삼성물산 등 삼성측이 낸 도합 90쪽짜리 의견서를 읽고 토론을 벌였다.

수심위 회부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부심위 위원 전원일치로 의견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결국 표결에 부쳤고 결과는 절반을 아슬하게 넘는 선에서 회부 쪽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고검 검찰시민위원회는 금명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심위 소집요청서를 송부한다.

윤  총장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운영지침에 따라 수심위를 의무적으로 소집해야 한다. 

대검찰청 수심위는 변호사· 교수·기자 등 각계 전문가 150명~250명의 풀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15명을 뽑아 이번 건을 논의할 현안위원회(현안위)를 구성한다.

검찰과 삼성 측은 각각 30쪽 짜리 의견서를 작성해 심의기일에 현안위원들에게 제출한다.

부심위와 달리 현안위에서는 검사와 신청인이 심의에 출석해 발언할 기회가 주어진다. 발언 시간은 각 30분이다. 현안위 심의는 비공개로 진행한다.

현안위는 이를 바탕으로 이 부회장 사건 수사의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한다.

구속영장의 청구 또는 재청구 여부는 현안위의 심의 대상이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수심위 진행 과정에도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심의위 소집 안건 의결에 검찰은 “부심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절차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국민들의 뜻을 수사 절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부심위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열릴 심의위 변론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 사건은 2018년 수심위가 도입된 후 9번째 심의 대상이 됐다.

수심위는 대검 예규에 근거한 자문기구에 불과해 관련 규정 상 수사팀이 수심위 결론을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그렇지만 수심위에서 수사중단이나 불기소 의견이 나올 경우 검찰로서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불기소 의견이 나온다 해도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교롭게 이날 대법원에서 확정된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관련 판결은 검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 등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시세조종, 회계조작 등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이다.

삼성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승계작업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규제를 피하기 위한 ‘부수효과’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에서 확정된 최순실씨 상고심 판결문에는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인 승계작업이 진행됐다"고 명시됐다. 

이 부회장을 강요죄의 피해자가 아니라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자”라는 내용도 있다.

당시 삼성이 진행한 승계작업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었다.

이 부회장 측이 승계작업에 따라 진행된 합병과 관련해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이 대법원 확정 판례에 의해 기정사실화된 것이다.

합병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해 시세조종, 부정거래를 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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