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 의혹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포쓰저널=성은숙 기자]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시세 조종 및 부정거래,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국정농단 뇌물공여 사건에 이어 또 다시 구속 위기에 놓였던 이 부회장은 일단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영장담당 판사가 이 부회장 등의 혐의 자체는 인정된다는 취지를 밝혀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9일 오전 2시 경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전 미래전략실장, 김종중(64) 전 미전실 전략팀장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돼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였다고 보인다"면서도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또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기각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게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와 관련해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시세조종, 부정거래),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회계기준 위반 재무제표 거짓 기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종중 사장은 위증 혐의도 받는다.

구속영장 기각 직후 검찰은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며 "다만, 영장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보고있다.

이 부회장이 최대 주주였던 제일모직의 가치는 키우고 삼성물산은 의도적으로 깎아내렸다는 것이다.

합병 주총 이후엔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 보유건이 불거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될 상황에 처하자 이를 감추기 위해 관련 회계를 조작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미전실을 통해 합병과정 등을 지시, 보고받는 등 사실상 전 과정을 통할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구속영장 기각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이틀 전인 지난 2일 검찰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 타당성에 대한 판단을 구하고 싶다며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회부할지 논의한다.

부의심의위는 검찰시민위원 가운데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15명으로 구성된다. 부의심위위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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