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시스.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심사를 하루 앞두고 경영권 승계 의혹을 둘러싼 언론 보도에 대해 삼성이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의 입장문을 연달아 내며 감정에 호소하고 나섰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해 옛 미래전략실 간부로부터 직접 구체적 계획과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삼성은 7일 오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명의로 '언론인 여러분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삼성이 위기다"라고 시작한 입장문에서 삼성은 "일부 언론을 통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거나 출처 자체가 의심스러운 추측성 보도가 계속되고 있고, 그 중에는 유죄 심증을 전제로 한 기사들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회계처리도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됐다”며 “합병 성사를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보도도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사들은 객관적 사법 판단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삼성은 물론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며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날 삼성의 호소문은 앞서 발표했던 언론 보도 반박문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한 매체는 검찰이 이 부회장의 승계 의혹 수사에 협조한 삼성 직원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으며 이를 근거로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직후 삼성은 “출처가 분명치 않고 유죄를 예단하는 일방적 보도를 자제해 달라”며 관련 보도를 부인하는 입장문을 냈다.

반면, 이날 호소문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돼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로직스 회계사기 의혹을 모두 부인하며 “한국경제 위기 극복의 주역이 돼야 할 삼성이 경영위기를 맞았다”던가 “정상적인 경영이 위축돼 있다” 등의 표현을 담았다.

'삼성이 위기', ‘한국 경제의 위기’, ‘삼성의 역할’ 등을 언급하며 국민정서에 적극 호소했다.

재계에서는 실제로 이번 건이 유죄로 확정될 경우 이 부회장에게는 국정농단 뇌물공여 건보다 더 치명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뇌물공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압에 의한 우발적 사건이라는 변명이 가능하지만, 이번 건은 삼성의 3세 경영 승계 자체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는 8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구속여부는 당일 오후나 9일 새벽에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으면서 2018년 2월 1년 만에 석방됐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