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중국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19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포쓰저널=성은숙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구속 갈림길에 놓였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됐다가 풀려난 지 2년 6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는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구속여부는 당일 오후나 9일 새벽에 결판날 전망이다.

관심은 이 부회장이 실제로 구속될 지 여부다.

이번은 2017년 1월 이부회장이 처음 구속될 때와는 여러모로 상황이 다르다.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은 영장 청구 이틀 전 검찰수사심의위원회 회부를 요청했다.

삼성 측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미리 알고 선수를 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수사 기밀 유출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1년 6개월동안 이 사건 수사에 매달려온 수사 실무자들은 격앙됐고, 애초 영장 청구에 소극적 이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도 버틸 명분이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수사실무 팀장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는 검찰 내 '윤석열 특수부 라인'의 막내라고 한다. 

그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도 당시 수사팀장이던 윤 총장의 추천으로 파견됐고, 그때도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있는 그는 당시부터 2015년 합병을 전후한 시점의 삼성 재무상황을 꿰뚫고 있었다는 게 주위 전언이다.

삼성물산 합병이 '무자본 3세 승계'를 위한 삼성그룹 차원의 치밀하고 장구한 작전의 클라이막스였다는 관념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장을 비롯한 수사팀은 이 부회장과 미전실 핵심인 최지성 부회장, 김종중 사장에 대해선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진작부터 윗선에 피력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던 차에 삼성이 기밀정보 입수를 의심하게 만드는 수를 두자 전격적으로 청구까지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피의자로부터 수사심의가 요청된 경우엔 통상 접수처인 지방청이 검찰시민위원회를 소집해 관련 수사 및 처분의 타당성을 심사하게 된다. 

시민위원회가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대검찰청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구한다. 

이 경우엔 관련 절차를 다 거치는 데 적어도 2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이 부회장 등이 낸 수사심의 신청 관련 절차는 계속 진행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일종의 변칙을 자초하면서도 영장 청구를 강행한 것은 그만큼 영장 발부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만약 영장이 '소명 부족' 사유로 기각되면 검찰로서는 피의자의 정당한 권리까지 무시하고 갑질을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삼성은 이날 이례적으로 총수의 신병처리와 관련된 공식 입장문을 냈다. 변호인의 입을 빌린 것이긴 했지만 톤도 매우 강했다.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범죄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이 부회장 등의)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했다"고 검찰에 돌직구를 날렸다.

검찰 안팎에선 특히 이 부회장 경우 구속영장이 발부될 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 부회장은 두번이나 소환돼 종일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이 가진 패를 다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혐의를 강력 부인하는 것은 검찰에 스모킹건이 없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이 부회장 등에게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시세조종, 부정거래)과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회계기준 위반 거짓기재)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둘 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의 합병비율을 이 부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빚어진 혐의에 적용됐다.

2015년 7월 합병 주총 전 삼성물산은 래미안 아파트 공급 조절, 해외 대형 플랜드 수주 미공개 등으로 주가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은 용인 에버랜드 인근 부지 땅값과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고평가 등으로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자본시장법 상 시세조종, 부정거래죄의 법정형은 1년이상의 징역 또는 범죄금액의 3~5배 벌금이다. 

징역형의 경우 상한이 없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30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조항은 본디 주식시장의 이른 바 '작전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합병 사건에 이 조항이 어느정도 적용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 부회장의 경우 시세 조종이나 부정거래에 대해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이를 깰 방법이 있을 지도 불확실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건과 관련된 외부감사법 상 '회계처리기준 위반 재무제표 거짓기재'의 법정형은 10년이하의 징역이나 범죄금액의 2~5배 벌금형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이 부회장을 외부감사법 상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볼 수 있을 지 의문이고, 혐의를 부인할 경우 증거로 맞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영장심사에서 정황이 어느정도 드러났는데도 이 부회장이 혐의를 계속 잡아뗄 경우 원정숙 영장담담 판사가 구속사유인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의 분량은 1명당 150쪽이고,  400여권의 수사기록을 합치면 총 20만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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