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펀드, 판것 후회한다"…기업은행원 '불완전판매' 실토

김지훈 승인 2020.05.27 18:28 의견 0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 정 모씨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기업은행 판매직원으로부터 받은 사실관계확인서. 이 서류에서 해당 판매직원은 "센터전용 상품인 '디스커버리 글로벌US 핀테크 펀드'는 센터에서 설명하고 판매해야 함에도 센터 측에서 선착순 마감이라는 제한사항을 두어 부득이하게 영업점에서 간이투자설명서를 만들어 상품을 안내하고 판매했다"고 불완전판매 정황을 시인했다./사진=독자 제공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환매중단 사태로 대규모 원금 손실을 불러온 디스커버리펀드 판매와 관련해 불완전판매는 없었다며 발뺌해온 IBK기업은행이 거짓말을 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미국 자산운용사의 사기 행위로 원금 환매가 지연되고 있다며 자신들도 사기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WM센터에서만 판매해야 할 상품을 일반 지점에서 판매하는 등 허술하게 취급한 정황도 적발됐다.

27일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 정 모씨에 따르면, 기업은행 서울 강남 모 지점 VM(Vip Manager)팀장이 해당 영업점에 내점한 고객을 대상으로 센터전용상품인 ‘디스커버리 글로벌 US핀테크 펀드’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판매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 정 모씨의 자녀가 쓴 자필 성명서에 기업은행 판매 직원 김모 팀장이 직접 서명한 사실관계확인서. 김 팀장은 "'디스커버리 글로벌US 핀테크 펀드' 판매 당시 이 상품이 고위험군(1군)에 속하는 지 모르고 권유해 판매했다"고 시인했다./사진=독자제공


정씨가 받은 ‘사실관계확인서’에서 김 팀장은 “디스커버리펀드를 제안한 WM사업부 및 센터만 믿고 판매한 것이 너무나도 후회스럽다”며 “또한 고객에게도 이익을 제공하고자 했던 것이 의도치 않게 지급유예를 제공한 점이 매우 유감스럽고 속상하다”고 불완전판매를 시인했다.

이 사실확인서는 지난해 디스커버리 글로벌 US핀테크 펀드에 3억원을 가입한 79세 고객의 자녀가 민원을 제기하면서 해당 판매직원의 자필 서명을 받아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료다.

김 팀장이 임의 작성한 서류는 ‘투자정보확인서’와 ‘고령투자자의 투자권유 유의상품 가입 확인서’다.

투자자정보확인서에서 고객의 기본투자성향을 묻는 문항을 임의로 작성해 고객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85점)’으로 매겼다.

또 70살 이상 고령투자자에게 받아야 하는 가입확인서에서 ‘주요 위험에 대한 이해’ 등 모든 문항에 ‘적합’이라고 표기했다.

정씨에 따르면, 가입 당시 김 팀장은 “서류에 사인만 하면 나머지는 형식적인 절차니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WM센터 전용상품을 일반 영업점에서 불법으로 판매한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상품은 센터전용 상품으로 설계됐는데 일반 영업점에서 간이투자설명서를 만들어 상품을 안내하고 판매했다.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현황 파악과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급한대로 투자금 일부를 먼저 지급하고 미국 운용사의 자산 회수가 이뤄지는 대로 나머지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28일 예정됐던 이사회가 연기되면서 선지급 방안도 불투명해졌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 대책위는 "은행이 피해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안건을 승인하기 위해 이사회 일정 및 개최 시기를 공개하지 않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기업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 전담 조직을 확대하고 상품 개발부터 심의, 사후관리 등 상품판매 전 과정에서 고객보호기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후 기초자산 하락이나 손실구간 진입, 민원 발생 등의 리스크 요인을 정기 모니터링하고 투자 상품 전문 인력 양성과 판매 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완전한 판매절차와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고객이 수익을 얻고, 이것이 은행의 이익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이번 개편의 목표”라고 말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의 면담 요청은 무시하고 있으면서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서라는 뒷북 대응은 피해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청와대 관료 출신인 ‘낙하산’ 윤종원 은행장의 자질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또 “은행 측에서 불완전판매를 부인해왔지만, 관련 정황은 정리가 되지 않았을 뿐 증거 자료가 수두룩하다”며 “조만간 전국의 피해자들을 만나 자료를 취합해 폭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의 제보내용에 대해 기업은행 측 입장을 듣기 위해 홍보실 관계자에게 전화로 문자메시지로 연락했으나 답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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