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포쓰저널=성은숙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정신대 피해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섞어 두고 자신들의 뜻대로 30년간 이용하기만 했다고 비난했다.

이씨는 25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 '즐거운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대협의 부적절한 운영방식과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행태에 격한 의견을 내놓았다. 

정의연 운영 관련 배임·횡령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윤씨는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씨는 "공장에 끌려가 일한 정신대 할머니와 나처럼 끌려간 위안부 할머니는 많이 다르다"면서 "정대협은 한 번도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자세히 묻지도 않고 정신대 할머니들과 한데 묶어 지난 30년 간 '만두의 소'처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로 다른 정신대와 위안부를 합쳐놓고 일본인에게 '사죄하라, 배상하라'고 외쳤으니 일본이 사죄를 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정대협은 정신대 문제만 해야지 무슨 권리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했는가"라고 비난했다.

정대협이 돈을 모금하는 과정이나 행태에 대해 정작 피해자인 할머니들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안성에 건립한 쉼터는 윤미향씨 아버지가 사용했다는 사실도 주장했다.

이씨는 "1992년 6월 25일 피해자로 등록을 한 후 29일 첫 모임에 나갔더니 어떤 일본인 선생님이 정년퇴직 해 1000만엔을 줬다면서 100만원 씩 나눠주는데 무슨 돈인지도 몰랐다"면서 "농구 선수들이 모금한 돈도 왜 주는지 몰랐고 우리 얘길 모아서 적어낸 책이 6500원에 팔리는데 그것도 챙기는지도 모르고 당연한가보다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대협이 고 김복동 할머니도 나처럼 미국으로든 어디든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부끄럽고 입에 담기도 싫은 '성노예'라는 단어를 쓰게 하면서 모금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두 차례나 열게 된 이유에 대해 이씨는 "내가 윤미향에게 (정대협 운영방식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면서 '한 번 오너라, 그러지 않으면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하자 윤미향이 '그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죄는 지은대로, 공은 닦은대로 받는다. 잘못된 부분은 검찰이 밝혀낼 것"이라면서 "윤미향 당선인이 얼마 전 갑자기 찾아온 날(19일) 나는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에 안아주고 눈물을 흘렸던 것일 뿐 무언가를 용서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씨는 윤미향씨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등과 한 마디 상의 없이 할머니들과 관련된 활동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정대협 전 대표이자 정의연 전 이사장이다. 정의연은 2018년 7월 정대협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이 통합·출범한 시민단체다.

이씨는 "30여년을 함께 했는데 한 마디 말도 없이 한순간에 내팽겨쳤다"면서 "데모(수요집회)는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데 윤미향씨는 자기 마음대로 뭐든지 하고 싶으면 하고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두다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회의원에도 나갔다"고 주장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수요집회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학생들의 역사교육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변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리만 피해자가 아니며 여러분 모두, 그리고 여러분의 조상들 모두 피해자다"면서 "미래의 주인인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시켜 위안부문제와 강제연행 문제를 천년, 만년이 걸려도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같은 여성이라는 두 글자 아래 억울한 누명을 쓴 세계 여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고도 했다.

지금에서야 문제 제기를 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이씨는 "그동안 내가 바른 말만 하자 나를 숨겨두기만 했다"면서 "일본이 10억엔을 보냈다는 사실도 내가 알았다면 나는 그것을 돌려보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씨는 이날 미리 준비해 온 입장문을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배부했다.

■다음은 이용수 할머니가 배부한 입장문 전문.

저는 위안부였습니다.

그냥 위안부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대만 주둔 가미가제 특공대의 강제 동원 위안부 피해자였습니다.

해방 이후 그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했던 제 삶의 상처를 대중에게 공개했던 것이 1992년 6월 25일입니다. 차마 용기를 내기가 어려워 제 자신이 아니라 친구의 이야기인 것처럼 당시 정대협에 거짓으로 피해를 접수했었습니다.

이후 1992년 6월 29일 수요집회를 시작으로 당시의 참상과 피해, 그리고 인권유린을 고발하고, 우리 인류에게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른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문제 해결과 인권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서로 간 존재도 몰랐던 우리 피해 할머니들은 각자 겪은 참상과 인권유린을 이야기하며 부둥켜안고 눈물로 아픔을 함께 했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이 30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투쟁을 통해 손가락질과 거짓 속에 부끄러웠던 이용수에서 오롯한 내 자신 이용수를 찾았습니다. 먼저 가신 피해자 언니들과 함께 이 문제를 저 이용수가 꼭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양국 정부의 무성의와 이리저리 얽힌 국제 관계 속에서 그 결실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번 기자회견과 입장문을 통해 지금까지 해 온 방식으로는 문제의 해결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말씀을 감히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며, 앞으로 개선해야 할 것들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렇지만 제 기자회견 이후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제가 기대하거나 예상했었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30년 동지로 믿었던 이들의 행태라고는 감히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당혹감과 배신감, 분노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는 두 가지는 꼭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의 사죄와 배상 및 진상의 공개, 그리고 그 동안 일궈온 투쟁의 성과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고백한 후, 참 힘든 세월을 지내왔습니다만 그럼에도 저는 이 길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부단히 다 잡아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께 부탁 아닌 부탁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현재 드러난 문제들은 우리 대한민국이 그동안 이뤄온 시민의식에 기반하여 교정되고 수정되어 갈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한 길에 ‘시민 주도 방식’, ‘30년 투쟁의 성과 계승’, ‘과정의 투명성 확보’ 3가지 원칙이 지켜지는 전제하에 향후 제가 생각하는 활동 방향을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했던 많은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한일 양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책임성을 갖고 조속히 같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두 번째, 지난번 입장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구체적 교류 방안 및 양국 국민 간 공동행동 등 계획을 만들고 추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 번째, 한일 양국을 비롯한 세계 청소년들이 전쟁으로 평화와 인권이 유린됐던 역사를 바탕으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고민하고 체험할 수 있는 평화 인권 교육관 건립을 추진해 나갔으면 합니다.

네 번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실질적인 대안과 행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구를 새롭게 구성하여 조속히 피해 구제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섯 번째, 앞서 말씀드린 것들이 소수 명망가나 외부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정대협과 정의연이 이뤄온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섯 번째,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개방성과 투명성에 기반한 운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사업의 선정부터 운영 규정, 시민의 참여 방안, 과정의 공유와 결과의 검증까지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깊은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것은, 그동안 이 운동이 시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성장해 온 만큼 시민의 목소리를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한 활동가, 그리고 국민 여러분 모두가 현재 상황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 지 당혹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투쟁 과정의 문제들이 공론화되길 기대했던 것인데,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면서 그 과정이 복잡해질 듯 합니다. 제겐 운동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던 여러분이 계십니다. 먼저 한 발을 내디뎌 새로운 길을 열어오신 분들께서 밝은 지혜로 시민과 함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도록 도움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93세입니다. 제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 어떤 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력하게 당해야 했던 우리들의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그리고 미래 우리의 후손들이 가해자이거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코로나19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이미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그 길을 닦아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느 길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은 함께 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 걸음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를 위한 모두의 한 걸음을 이제 국민이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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