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14일 삼성물산에 통보한 '1차 경고' 공문. /독자제공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삼성물산이 서울 최고 노른자위로 불리는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 경쟁사와 과열경쟁을 벌이다 당국은 물론 조합으로부터도 잇따라 경고·주의 등 징계성 조치를 받으면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수주전을 이끌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이영호 사장의 '클린 수주' 선언은 물론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준법 경영" 대국민 약속도 무색해졌다.

22일 정비사업 업계에 따르면 서울 반포주공1단지3주구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14일 삼성물산에 ‘삼성물산 홍보제재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경고장을 보냈다.

공문에는 ‘5월 13일 2차 단속반 회의결과 귀사는 홍보활동지침 위반사실이 확인돼 1차 경고한다’고 기재됐다.

반포 3주구 재건축 사업의 경우 수주전 과정에서 당국이 아닌 조합으로부터 직접 경고를 받은 것은 삼성물산 뿐이다.

애초 건설업계는 5년 만에 정비사업에 복귀하는 삼성물산이 수주 경쟁을 하되 조용히 할 것이라고 봤다.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혐의 파기환송심이 목전에 걸려있고, 2015년 합병과 관련해 삼성물산 이영호 사장 등 전현직 간부들도 수사 대상에 올라 검찰청을 들락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완전히 딴판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경쟁사인 대우건설도 주의· 경고 등을 받았지만 삼성물산도 이에 못지 않게 혼탁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는 평이다.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은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1109번지 일대 주공아파트를 지하3층~지상35층 아파트 17개동, 2091세대로 재건축하고 상가 등 부대 복리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8000억원 안팎의 건설비가 예상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입찰해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반포3주구는 인근 신반포 21차 재건축 정비사업 현장과 함께 서울시가 ‘클린수주 시범사업장 1호’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정해진 기간까지는 사전홍보 활동, 과열경쟁 등이 제한된다. 

정비사업 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직접 경고를 한 것은 다소 심각한 의미를 가진다. 다른 기관을 통한 것이 아니라 시공사를 선정하는 당사자가 직접 위반사항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삼성물산이 경고를 받은 사유에 대해선 조합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이 나왔다.

삼성물산은 이달 초 ‘삼성 선분양 vs 대우 후분양’라는 현수막을 제작해 홍보에 사용했다.

대우건설 측은 “당사의 제안서에는 선분양과 후분양 모든 안이 담겼음에도 삼성물산이 허위사실을 기재한 현수막을 걸어 홍보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최근에는 ‘사업활성화비 1조6000억원’이라는 내용이 담긴 홍보 현수막을 반포3주구 인근에 설치했다.

삼성물산의 입찰제안서에는 사업활성화비 1조6000억원이라는 내용이 없음에도 과장된 내용을 기재해 홍보를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물산은 조합, 대우건설과 합의한 홍보물 배포 관련 규정을 어겼다가 현장에서 적발된 적도 있다. 

조합은 양사가 각 3개의 홍보물을 만들어 조합원에게 전달할 수 있게 했다. 홍보물에 허위 또는 과장된 내용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경쟁사가 서로 상대방의 홍보물을 검토해 승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양사는 12일 우체국에서 조합측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조합원들에게 홍보물을 송부했는데,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조합과 대우건설의 동의가 없는 홍보물 4개를 추가한 것이 발견됐다.

당초 서로 동의한 3개의 홍보물만 조합원에게 발송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7개의 홍보물을 제작해 봉투에 담은 것이다.

외부 정비사업 업계 관계자를 동원해 대우건설 비방 문자 등을 퍼뜨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초구청에는 삼성물산이 직원들을 동원해 반포3주구 인근 부동산업자들을 상대로 사전홍보활동을 하고 있다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삼성물산 측은 경고·주의 사유에 대해서는 “확인해 보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반포3주구 인근에 설치된 삼성물산의 홍보 현수막. 사업제안서에는 없는 사업활성화비 1조6000억원 내용이 담겨 허위·과장 광고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독자제공

삼성물산의 수주전과 관련된 잡음은 14일 경고조치 이후에도 계속됐다.

서울시와 서초구청은 10일부터 15일까지 전문 변호사 4명, 자문위원 1명, 시·구청 직원 3명으로 클린수주 자문단을 구성하고, 반포3주구와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 수주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과정에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모두 시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카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사전 홍보활동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에 서울시는 20일 경 내부 회의를 통해 양사에 추가 '주의'를 통보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재건축조합을 통해 양사에 '주의' 조치가 내려지게 된다.

이번 서울시의 '주의' 조치를 포함하면 삼성물산은 1번의 경고와 2번의 '주의'를 받는 셈이 된다.

'경고' 조치는 조합으로부터 받았다. 2번의 '주의' 조치는 서울시로부터 받은 것이다.

대우건설은 서울시로부터 1번의 '경고'와 1번의 '주의', 조합으로부터 1번의 '주의'를 받았다.

삼성물산은 그 동안 보도자료 등을 통해 "깨끗한 도시정비사업 수주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고 밝혀왔다. 

이영호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안전과 컴플라이언스(법규준수)는 마음 속에 한치도 지워서는 안 되는 핵심가치”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이자 삼성그룹의 실질적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은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며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물산 측은 클린수주 원칙으로 수주전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당사는 클린수주를 원칙으로 수주전에 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원칙을 유지해서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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