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구미 공장 TV생산 라인 일부의 해외 이전을 발표한 가운데 지역 시민단체 등은 장세용(사진) 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며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장 시장이 2월 22일 오후 구미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LG전자가 줄곧 부인하던 구미공장 TV생산 라인의 일부의 연내 인도네시아 이전을 20일 전격 발표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독려하고 있는 정부의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 회귀) 정책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다분히 고의적인 '거짓말'로 구미 시민을 기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전자는 지난해 말에는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기고 평택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구미시 시민단체는 이달 초 성명까지 내어 LG전자의 인도네시아 이전 방침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LG전자 측은 전날까지도 이를 부인했다.

구미 산업 생태계와 고용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사안이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장세용 구미시장 등 지역 유력인사들은 이례적으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구미 경제정의실천연합(구미경실련)은 LG전자가 이날 발표한 이전 규모도 자신들이 확인한 것보다 축소됐다며 LG가 사실관계까지 속이며 지역민들을 기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G전자는 이날 구미사업장에 있는 TV·사이니지 생산라인 6개 중 2개를 이르면 연내 인도네시아 찌비뚱(Cibitung) 공장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구미사업장 생산라인은 기존 6개에서 4개로 조정하고 최상위 프리미엄 TV와 의료용 모니터를 전담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TV 생산의 권역별 거점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하지만 구미경실련은 "LG전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6개의 TV생산라인 중 2개가 아닌 4개를 해외로 이전하고 구미에는 2개 라인만 남게된다.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폴란드에도 설비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미경실련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7일 오전 구미 TV사업부 직원들에게 ‘TV공장 생산지 이동변경’ 내용을 담은 일정을 전달했다.

이 내용을 보면, LG전자는 G0~G5까지 5개 라인과 반제품조립 OBM 라인 등 6개 TV·사이니지(옥외광고 등에 활용되는 디스플레이) 생산 조립 라인 중에 인도네시아에 G01, G03, OBM라인 등 3개 라인을 이전하고, 폴란드 므와바에도 1개 라인(G02)을 이전한다. 

구미엔 G04, G05 라인만 남는다. 그나마 G05 라인은 TV생산 라인이 아닌 특수모니터라인이다.  

인도네시아아와 폴란드로의 생산라인 이전에 따른 구조조정 인력은 269명으로 추산됐다. 

구미 공장내 LG전자 근무 인원은 약 500명이다. 8월 말까지 이중 약 100명이 명예퇴직 및 평택 공장으로 이전한다. 또 외주 업체 인력 169명을 내쫓고 그 자리를 LG전자 정규직으로 대체한다.(태양광모듈 120명+자재 49명)  

LG전자의 해외 설비 이전 결정으로 구미 내 고용 감소와 중소기업 이탈 등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지만 장세용 구미시장 등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구미경실련 관계자는 "지역사회에서 시장과 국회의원 당선인 등에게 LG전자의 인도네시아 공장 이전에 대해 대응하라고 해도 이상하게 침묵한다. 작년 구미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가 수원으로 이전한다고 했을 때는 시장과 국회의원이 국회도 방문하고 했었는데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다.

이어 "시민단체가 혼자서 나서면 성과주의 아니냐는 안좋은 시각도 있다. 시장이 나서야 한다"며 "시장·도지사·국회의원·국회의원당선인·시의회·도의원 등 선출직 전원이 이전 철회를 요청하는 LG전자 본사 방문조차하지 않고 일제히 침묵하며 지역사회에서 반대하지 않는다는 나쁜 신호를 주는 것은 시민들로부터 두고두고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또 “올레드TV는 첨단 기술이라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들이 기술력을 갖고 있다. 기술력있는 중소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지역을 기반으로 축적될 수 있는 기술이 뿌리째 뽑혀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미 경실련은 24일  LG전자 구미공장 생산라인의 인도네시아 이전을 막기위해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계획했지만, LG전자의 갑작스런 이전 발표로 일정을 취소했다. 

구미 산업단지는 LG전자 등 대기업의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LG전자가 설비를 이전하면서 자사 임직원들의 고용은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필연적으로 1차 협력사 뿐 아니라 2·3차 중소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생산라인 2개가 아니라 4개를 이전한다는 구미 경실련의 주장에 대해서는 "(생산라인 이전을) 내부적으로 당연히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세부 내용이 결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부인했다.

폴란드 므와봐로의 설비 라인 이전에 대해서도 “아니다”고 답했다.

LG전자 측이 공장 이전과 관련해 그동안 거짓말로 구미 시민들을 농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경실련은 이미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LG전자 직원과 협력업체 대표를 통해 확인한 결과 TV부문 생산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며 "TV부문 인력에 대한 직원 면담도 끝난 상황"이라며 LG 측의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LG전자 홍보팀 관계자들은 이를 확인하는 언론에 “결정된 바 없는 사안이며 직원 면담도 없었다"고 극구 부인했다.

불과 하루이틀 사이에 들통날 거짓말을 버젓이 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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