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동해삼척지역지부·삼표지부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강원도 삼척시 삼표시멘트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사고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최근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건이 발생한 삼표시멘트가 2인1조 근무 원칙을 무시하고 작업 중 사고를 당해도 산업재해 처리를 꺼리는 등 '사내 갑질'을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자들은 불안해서 일할 수 없을 정도라며 사측의 근본적인 사고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 회사 삼척 공장에서는 13일 오전 11시 9분경 하청업체 노동자 ㄱ씨(62)가 현장 컨베이어벨트에 몸의 일부가 끼어 숨진채 발견됐다.

ㄱ씨는 당일 오전 4시경부터 근무했고 감식결과 사망시간은 오전 9시25분경으로 추정됐다.

ㄱ씨는 컨베이어벨트 주위에서 혼자 작업을 하다 순간적으로 벨트에 몸이 감기는 사고를 당한 채 2시간 가량 지난 뒤에 발견된 것이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동해삼척지역지부·삼표지부(이하 노조) 관계자는 19일 "ㄱ씨 주위에 다른 사람이 1명이라도 있었으면 사망 까지는 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사측이 위험작업인 이곳에 2인 1조 근무 원칙을 저버린 것이 ㄱ씨 사망의 원인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숨진 ㄱ씨가 근무한 팀에서는 최근까지만 해도 작업 중 인명사고가 빈발했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는 "ㄱ씨가 근무한 생산2팀의 경우 정규직 48명, 비정규직 30~40명이 있다"며 "(인원이 많은 편이 아닌데도) 작년 8월15일부터 두개 생산라인에서만 11건의 인명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삼표시멘트 측은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에게 산재 처리도 제대로 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재 처리가 안되면 부상당한 노동자는 경제적으로도 고통을 당할 수 밖에 없다.

노조 관계자는 "근래 사고를 당한 11명 중 산재처리된 것은 6명인데 이중에는 자동으로 산재로 되는 사망자 두명이 포함된다"며 "나머지 4명도 명백한 산업재해 피해자지만 사측은 끝내 산재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손등과 다리 등에 2~3도 화상을 입었는데도 공상처리만 하고, 산재 처리는 피부 이식을 해야 할 정도가 돼야 한다"며 "사실 회사에 산재 처리 관련 규정 자체가 없지만, 노조도 한노총이 다수다 보니 회사측 입장만 대변한다"고 했다.

이어 "13일 ㄱ씨 사망사고의 경우도 명백히 사업주의 안전상 조치 위반에 해당한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은 일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게 설비,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지만 삼표에선 이를 무시하고 형식적인 조치만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내부 설비는 대부분 1990년대 생산된 낡은 것들인데다 어두운 조명과 분진으로 인해 작업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며 "특히 ㄱ씨 같은 비정규직의 경우 1인 작업에다 산재 보험도 적용받기 어려워 몹시 불안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 삼표노조는 이날 삼척시 삼표시멘트 공장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ㄱ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는 “노동자의 죽음보다 원청의 눈치만 보는 고용노동부 태백지청, 끊임없는 산재사고를 나몰라라하는 원청의 기만에 아직도 노동자들은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오래전부터 묵인되고 예견된 죽음의 현장”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삼표시멘트는 한해에만 수십 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사업장임에도 원인조사나 설비개선, 안전조치 등의 기본적인 대책조차도 없었다"며 "엄연한 산재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과실여부 운운하며 산재신청 대신 공상처리를 하게끔 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사고 방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사고 공정 뿐 아니라 삼표시멘트 전 공정에 만연한 위험을 밝혀내고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보건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며 “단 한마디 사과도 없이 생산만 하면 그만이라는 파렴치한 삼표시멘트 자본은 지금 당장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삼표그룹은 이날 추모 애도문을 내고 “고인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께도 심심한 위로와 조의를 표한다”며 “회사는 더 이상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철저히 수립해 공장에서 근무하는 모든 분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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