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진 KCC 회장. /자료사진=뉴시스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5일 합병 과정에서 삼성 측의 '백기사'를 자처했던 정몽진 KCC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정 회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삼성물산 주식 취득이 배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있는 만큼 검찰의 최종 처분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최치훈·이영호 삼성물산 전 현직 대표 등에 이어 정 회장까지 조사를 한 만큼 의혹의 정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정몽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정 회장을 상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자사주 전량을 사들인 경위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진다.

KCC는 미국계 헤지펀드 앨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던 2015년 6월 11일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 5.76%(899만557주)를 6743억원에 매입했다.

주당 매입 가격은 7만5000원으로 장외 블록딜을 통해 주식을 사들였다.

자사주는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 KCC가 이를 매입해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삼성은 합병에 막강한 우군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하향세를 지속해하면서 정 회장 등 KCC 경영진의 매입 결정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발표한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의 주가는 5만5767원이었다.

불과 보름 만에 2만원이나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정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백기사를 자처하다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배임’을 저질렀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몽진 회장에 대한 배임 혐의 의혹은 현재 진행형이다.

증권가에서는 KCC가 매입한 삼성물산의 주식이 본전을 찾으려면 합병된 삼성물산의 주가 21만4285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날 종가 기준 삼성물산의 주가는 9만8900원으로 본전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KCC가 가진 삼성물산의 지분은 8.97%(1700만9518주)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정몽진 회장이 배임 의혹과 함께 삼성그룹의 경영승계에도 깊게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별도의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KCC의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 배경이 지분참여를 통한 시너지 제고 및 전략적 제휴인지는 몰라도 과연 이러한 목적을 위해 삼성물산의 자사주 6742억원어치를 매입했던 것이 타당한 결정인지 지금도 의문”이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손해는 고스란히 KCC 주주들의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KCC측은 “삼성물산의 주식을 매입한 배경은 그때나 지금이나 입장이 같다”면서도 정몽진 회장의 검찰 출석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고개 숙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올 들어 검찰은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최지성 전 미전실장(부회장) 등 삼성그룹 고위 간부들을 잇달아 소환해 분식회계 및 합병 관련 조사를 벌였다.

지난달 29일에는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와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 등 부당합병,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비슷한 시기 윤용암 전 삼성증권 대표 역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이 정몽진 회장을 부른 것을 두고 이재용 부회장 소환을 위한 마지막 단계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고위 간부와 달리 다른 기업 총수를 수 차례 소환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소환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다.

검찰은 5월 말까지는 삼성 관련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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