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시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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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쓰저널=김성현 기자] 항공업계 M&A(인수합병)가 줄줄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여파로 당초 예정했던 일정은 기약없이 연기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제주항공이 각각 공표한 대로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을 인수를 하기는 할 것이인 지조차 불확실해지는 분위기다.

29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의 구주와 신주 취득일을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구체적인 연기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HDC가 내세운 주된 연기 이유는 취항지인 러시아에서 기업합병 심사가 종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변경일은 구주의 경우 구주 매매계약 제5조에서 정한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이다.

신주는 신주인수계약 제4조에서 정한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의 다음날 또는 당시자들이 달리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의 다음 날이다.

러시아가 기업합병 심사에서 승인을 한다고 해도 ‘당시자들이 달리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이라는 사항을 명시해 사실상 인수합병을 무기한 연기할 수 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도 7일 예정이었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상증자 납입일을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는 날’로 정정 공시한 바 있다.

HDC는 “인수는 정상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앞서 "인수는 12월 계획한대로 인수절차가 진행될 것이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에서 한풀 꺾인 모습이다. 

제주항공도 전일 같은 취지의 공시를 했다.

제주항공은 당초 29일까지 이스타항공이 가진 자사 주식 51.17%를 인수할 예정이었으나 ‘주식매매계약서에 의거해 미충족된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될 것으로 합리적으로 고려해 당사자들이 상호합의하는 날’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제주항공이 발행 예정인 100억 규모의 전환사채 납입일 또한 기존 29일에서 6월 30일로 변경 공시했다.

연기 이유는 태국과 베트남에서 기업합병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선행 조건인 해외의 기업합병 승인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본사의 인수 의지는 확고하다”고 했다.

 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사 모두 ‘인수는 정상적으로 진행되나 기업합병 승인 등 절차 상 문제만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업가치 면에서 피인수사는 물론 인수사도 득될 것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형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취소될 경우 계약금을 포함한 비용처리를 감안하더라도 주가 급등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인수가 확정될 경우 항공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고려하더라도 증가한 차입금, 느린 항공수요 회복 속도, 리스 부채 및 ABS(자산유동화증권) 관련 부담 등에 따라 영업가치 하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HDC 관계자는 “조건변경, 유상증자 연기 등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무근”이라며 “우리는 당초 12월에 발표한 대로 인수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문제없다”고 말했다.

HCD는 현재까지 ▲사모사채 1700억원 ▲유상증자 3200억원 ▲은행 대출 3400억원 ▲ABL(자산유동화대출) 3750억원을 통해 1조2000억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은 2조5000억원으로 이중 2조50억원을 HDC가, 나머지 4950억원을 FI(재무적투자자)인 미래에셋대우가 부담한다.

HDC가 밝힌 추후 자금 조달 계획은 ▲회사채(공모) 3000억원 ▲추가 은행 대출 3300억원 ▲현금 1700억원 등 8000억원이다.

현금은 당초 5000억원의 투입한다고 했지만 1700억원으로 축소됐다.

HDC는 당장에는 은행 대출로 인한 부채비율 증가가 부담이다.

2분기 중으로 인수가 완료될 경우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연결재무제표로 잡히게 되는데 HDC에 막대한 재무적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이날 종가(1만8850원) 기준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11월 12일(3만1100원)과 비교해 39.39% 폭락했다.

SK증권 신서정 연구원은 “최근 HDC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를 누르는 가장 큰 악재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가격 협상 혹은 인수 포기 등의 발표가 나온다면 주가 변동성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인수 의사를 밝혔던 작년 말 대비 상황이 많이 변한 상태여서 재협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제주항공도 이스타항공 인수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인건비, 감가상각비, 임차료 등을 고려한 제주항공의 월 최소 유지비용을 375억원으로 계산했다.

제주항공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산업 침체가 본격화된 2월부터 2분기까지 최소 유지비용만 1500억원으로 추정된다.

비행기를 띄우지 않아도 매달 375억원이 증발하는 상황이다. 승객 급감으로 비행기를 띄우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NH투자증권 정연승 연구원은 “사상 최악의 영업환경과 이익 창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운영 기재 확대로 영업적자폭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제주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150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했으나 현재 어려운 업황 및 현금 유출 속도를 감안하면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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