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오경선 기자] 남양유업이 1조원 가까운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도 비상경영을 이유로 직원들에게 자발적 상여반납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회사는 팀장급 이상 관리자직급 임직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급여 반납동의서’를 받고 있다.

급여 반납동의서는 이달부터 12월까지 9개월 간 월 상여의 30%와 하계 휴가비 50% 등을 회사에 반납하는 내용이다.

또한 경영 활동을 위한 필요 경비를 제외한 기타 소모성 경비 지출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경비 축소안도 공고한 상태다.

영업 부서의 업무추진식대를 줄이고, 기존에 지급하던 업무회의식대와 차량유지비는 없애기로 했다. 공장 직원들의 복리후생비·통신비 등도 줄였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상여 반납을 원치 않는 분들도 있어 이를 제외하고 동의서를 받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분기보고서가 나오기 전이지만 학교 개학 연기로 인한 우유급식 손실 등으로 1분기 실적이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남양유업의 재무건정성이 뛰어나다는 데 있다.

기업이 사내 잉여금을 쌓아두면 주주 입장에서는 저배당 등으로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코로나19와 같은 경영 위기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무건전성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회사 경영 위기를 이유로 직원들의 임금 반납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남양유업의 이익잉여금은 9293억원에 이른다. 기업 총 자산의 88%에 해당된다.

부채는 1441억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은 전년(18.4%)에 비해 낮아진 15.8%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부채비율은 150%까지 양호하다고 판단한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영업이익(4억원)은 전년 대비 95% 이상 급감했지만, 이익잉여금은 같은 기간 2.6% 늘었다. 부동산 매각 이익 등 매각예정비유동자산 처분이익으로 기타 영업외수익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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