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모델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동참의 일환에서 KT가 9일부터 데이터 요금이 무료로 제공하는 5G 영상통화앱 ‘나를’을 소개하고 있다./사진=KT

[포쓰저널=성은숙 기자]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한 지 1년, 5G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5G망 개방, 삼성과 LG의 중저가 5G폰 출시에 이어 연내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5G 대중화의 갈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알뜰폰 5G요금제는 기존 이통사 요금제에 비해 경쟁력이 없고 이통사들의 중저가 요금제는 적은 데이터량으로 5G콘텐츠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부족한 네트워크 품질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 경쟁력 없는 알뜰폰 5G 요금제

우선 KT·S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알뜰폰 사업자(KT엠모바일·LG헬로비전·KB국민은행·스마텔)에 5G망을 개방했지만 소비자는 물론 알뜰폰 사업자까지 반응이 신통치 않다. 알뜰폰 5G 요금제의 가격 경쟁력이 실질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사업자들이 선보인 대표적인 5G 요금제는 △3만원 후반~4만원 중반에 기본제공 데이터 8~9GB △6만원 초반에 기본제공 데이터 180~200GB 등이다.

비슷한 조건으로 이통 3사가 선보인 5G 요금제는 △5만5000원에 기본 제공 데이터 8~9GB △7만 5000원~8만원에 기본제공 데이터 150GB~무제한 등이 있다.

여기에 이통 3사는 소비자가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을 경우 24개월 약정 시 25%의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요금할인'을 적용해준다.

이 경우 이통 3사의 5G 요금제 가격은 각각 4만 1250원, 5만6250~6만원으로 내려간다.

심지어 가족결합할인·초고속인터넷 할인 ·인터넷TV(IPTV) 할인 및 다양한 포인트 혜택까지 추가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알뜰폰 5G 요금제가 이통 3사 5G 요금제보다 크게 저렴하다고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알뜰폰 사업자는 망 도매대가가 추가적으로 인하되지 않는 이상 이보다 낮은 요금제를 출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구 CJ헬로) 인수 승인 조건으로 5G 망 도매대가를 기존 75%에서 66%로 인하하도록 한 이후 KT와 SK텔레콤까지 66%대를 유지하고 있다.

알뜰폰사업자 관계자는 "LTE는 망 도매대가가 50% 초반 이하로 유지되서 가격 경쟁력이 좋았다"면서 "하지만 알뜰폰 요금제는 2년이나 3년을 두고 약정을 체결하는 이통사 요금제과 달리 무약정 요금제라는 점과 향후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출시될 중저가 스마트폰을 구입한 고객들의 유입으로 수익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비싼 5G 스마트폰'...중저가폰이 대안 될까

고가의 5G 스마트폰 기기는 5G 상용화의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힌다. 

3월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S20' 시리즈의 가격은 124만 8500원~159만 5000원에 달해 공시지원금(요금제별 최저 7만 9000원~최고 24만 3000원)과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최대 15%)을 모두 제공 받아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여기에 이통 3사가 올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지난해보다 공시지원금을 낮춘 것도 한 몫 보탰다.

지난해 이통 3사는 가입자 확보를 위해 높은 공시지원금을 앞세운 마케팅 비용으로 각각 KT 2조 7382억원, SK텔레콤 3조 700억원, LG유플러스 2조 2460억원을 지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다수의 요금제에서 공시지원보다 선택약정요금할인 25%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이통 3사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함께 부담하는 공시지원금이 혼자 부담해야하는 선택약정요금할인보다 이득이다.

공시지원금으로 인한 5G 이용자 유입을 늘리려면 선택약정의 할인 혜택 보다 공시지원금을 높게 조정해야 하지만 5G 설비 투자 계획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상반기 내 출시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저가 5G 스마트폰에 이통사와 소비자 모두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 9일 삼성전자는 5G용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 A51'과 '갤럭시 A71'을 공개했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갤럭시 A9 5G'에 비추어 A51은 50만~60만원 대, A71은 60만~70만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는 5월 중 매스프리미엄 제품(프리미엄 수준의 성능에 낮은 가격 제품)인 'LG 벨벳'을 80만원 후반대에 선보일 예정이다. 

◆ 5G 중저가 요금제 연내 출시?...데이터량 적어, 소비자 효욜 '글쎄'  

정부는 이통 3사에 3만원대의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압박하고 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월 신년간담회에서 "5G 대중화를 위해서는 네트워크 품질 제고와 함께 다양한 중저가 요금제 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통3사는 당장은 중저가 요금제 출시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2020년에 2000여개 시설에 5G 인빌딩 시스템을 위한 실내 기지국 설치, 11만 5000개에 달하는 기지국을 통한 5G 단독모드(SA) 상용화, 28GHz 대역망 시범 구축 등의 투자가 예정됐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상반기에 망 투자규모를 지난해 2조7000원에서 4조원 규모로 2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5G는 기지국 당 커버하는 셀(cell)의 범위가 적어 4G LTE와 달리 기지국 구축 투자비용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지난 8일 '제3차 범부처 민?관 합동 ‘5G+ 전략위원회'에서 구현모 KT 사장은 "5G 중저가 요금제는 우선 특정계층 대상 특화 요금제를 출시하고 5G 가입자수와 네트워크 구축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5G 서비스가 대중화되어도 과거 3G나 4G LTE와 같은 극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과기부에 따르면 2월 기준 5G 스마트폰 가입자 1명이 한달 동안 사용하는 평균 데이터 트래픽은 2만 5831 메가바이트(MB)로 대략 25.2GB에 달한다. 4G 롱텀에벌루션(LTE) 스마트폰 가입자 1명 당 월평균 데이터 트래픽 9482MB보다 약 3배 높은 수치다.

2월 기준 5G 이용자는 약 536만명(과기부 발표 4월 2일 기준 577만명)으로 4G 이용자 약 5552만명 대비 10배 가까이 차이 난다. 4G LTE에서 5G로 넘어오면서 이통 3사의 요금은 평균 33% 가량 상승했지만 데이터 사용량은 가입자 수가 훨씬 적은 5G가 더 많은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데이터 트래픽이 많이 증가하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이득이지만 4G 요금제와 5G 요금제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데다가 5G 요금제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데이터량이 많기 때문에 큰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중저가 요금제에 따른 부족한 5G 데이터 제공은 불만족스러운 부분이다. 

LG유플러스의 VR(가상현실) 콘텐츠의 경우 1시간 사용 시 25~30 GB에 달하는 데이터가 소모되지만, 5G 슬림 요금제는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8~9GB 뿐이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수석연구원은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출시가 되더라도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크지 않아 해당 요금제를 선택하는 이용자들이 적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것보다는 상징적인 것에 그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공개된 5G용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 A51'과 '갤럭시 A71'./사진=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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