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모델들이 슈퍼VR로 8K VR 스트리밍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사진=KT

[포쓰저널=성은숙 기자]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지 3일로 1년을 맞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화려한 데뷔식을 치르며 등장한 5G. 세계 최초인 만큼 세계 최초 수준의 서비스가 기대됐지만 1년이 지난 현재 5G는 네트워크 품질 논란과 콘텐츠 부족, 값비싼 요금제 등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하며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태다.

5G 가입자 500만명 목표도 애초보다 두달 늦어진 2월에야 가까스레 달성했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월말 기준 5G 이동통신 누적 가입자는 536만699명이다.

예전과 차별화된 킬러 콘텐츠 부족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남아있다.

통신사들이 클라우드·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홀로그램 등 '실감콘텐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하지만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평가다.

구글·소니·마이크로소프트(MS) 중심의 클라우드 게임 콘텐츠나 국내 이통 3사 별 온라인 게임 생중계 콘텐츠 외에 시장을 장악할만한 콘텐츠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킬러콘텐츠의 등장은 다양한 VR·AR·MR 디바이스 산업과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게임 플랫폼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의 VR 전용 게임 '하프-라이프:알릭스'는 3월 23일 공개를 앞두고 1600달러(한화 약 197만원)에 달하는 자체 VR 헤드셋 세트 '벨브 인덱스' 15만대가 완판되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0월 제11회 정보통신전략위원회 회의에서 실감콘텐츠 세계시장 규모가 2017년 33조원에서 2023년 411조원으로 연평균 52.6%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2019년 기준 국내시장 규모는 2조 8112억원으로 추정됐다. 2017년부터 연평균 51% 씩 증가세를 보이지만 세계 시장 규모에는 턱없이 적은 규모다.

국내 이통3사의 대표적 실감콘텐츠로는 △KT의 'V라이브 VR’와 ‘슈퍼VR 게임 △SK텔레콤의 '점프 AR오픈 갤러리', '3D 덕수궁', '점프 AR동물원', '불꽃놀이 AR생중계' △LG유플러스의 공덕역  ‘U+5G 갤러리’ , 용산역 'U+5G 세계명소 기차여행 체험관', 프로야구 AR입체중계 등이 있다.

하지만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등 5G의 기술적 특징을 온전히 발휘한 실감콘텐츠는 아직 미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KT는 가상현실기기 동영상&게임 플랫폼 '기가라이브TV 2.0'를 통해 VR콘텐츠 2500여편·4K급 고화질 전용 콘텐츠 200여 편을 추가한 데 이어 무선 독립형 VR서비스 '슈퍼VR'을 내놓는 등 꾸준히 실감콘텐츠를 늘리고 있다.

기존 게임·영화에서 AI 영어학습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앱 분석업체 '앱 애니' 자료를 보면 지난해 3월 출시된 'KT Super VR' 애플리케이션은 이달 1일 기준 국내 무료 엔터테이먼트 카테고리 상위 200위권에 포함되지 못했다. 다운로드 횟수는 1만 건 이상에 그쳤다. 

KT 관계자는 "사용자 수의 증가가 극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실감콘텐츠를 개발하고 출시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5G 브랜드 '5GX'를 론칭하고 가상 세계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버추얼 소셜 월드’를 지난 22일 모바일 버전으로 서비스 확장했지만 정작 접속 사용자 수는 '이용자 월 100만명 확대' 목표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혼합현실 제작 시설 ‘점프 스튜디오’ 오픈 및 마이크로소프트의 ‘혼합현실 캡처 스튜디오’ 기술 도입 등 VR시장 키우기에 적극 나섰지만 아직 차별화된 특별한 결과물은 없다.

LG유플러스의 '5G 혁신형 콘텐츠 제작·수급과 유무선 융복합 기술개발에 5년간 2조 6000억원 투자' 계획도 5G 유·무선망 등 통신설비에 지난해 투자한 수준(2조 6085억여원)에 불과하다.

세계 최초의 5G 서비스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도 기대됐지만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과의 디지털콘텐츠 기술수준 격차도 크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2018년 ICT 기술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의 디지털콘텐츠 상대기술 평균 수준은 84.7%로 세계 최고 기술수준인 미국과는 1.3년, 유럽과는 0.9년의 기술격차를 보인다.

산업연구원(KIET)은 '5G 시대, 콘텐츠산업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5G 콘텐츠 산업의 문제점으로 △민간투자의 부족 △킬러콘텐츠 및 플랫폼 부재 △미국과의 실감형 콘텐츠 기술격차 △미비한 VR콘텐츠 등급 분류 등을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이통 3사의  5G 시설구축 투자규모는 8조원(KT 3조 2568억원, SK텔레콤 2조 9200억원, LG유플러스 2조 6085억원 추산)에 달하는 반면 실감콘텐츠에 대한 투자규모는 각 사별 100억원 내외에 그쳤다.

과기부가 지난달 31일 제1차 '실감콘텐츠 정책협의회'를 열고 실감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해 총 2677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늦은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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