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포쓰저널=성은숙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 당 20달러 선을 위협받고 있다. 18년여만에 최저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급격한 수요 둔화에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증산 '치킨게임'까지 악재가 겹친 여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물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19.27달러로 20달러선을 깨기도 했다. 2002년 2월 이후 장중 최저가다. 

같은날 북해산 브렌트유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날 대비 13% 급락한 배럴당 21.65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2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이후 WTI와 브렌트유는 반등해 각각 배럴당 21.17달러, 22.88달러 선까지 회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급통화를 갖고 국제 에너지 시장 안정화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사우디 아람코는 4월 초부터 하루 생산량을 1230만 배럴로 늘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는 2월 대비 26.8% 늘어난 규모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UAE ADNOC)도 2월 대비 33.8% 늘어난 하루 400만 배럴로 증산할 계획이다.

러시아도 증산을 밀어붙힐 태세다. 2월의 하루 평균 1129만 배럴에서 최대 50만 배럴을 추가 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전쟁'이 외형상으로는 두 나라의 자존심 싸움처럼 비쳐지지만 속내는 공동의 적인 미국의 셰일 산업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공급량 확대를 통한 저가공세로 셰일업체들의 도산을 유도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셰일 석유는 생산단가가 높아 배럴당 40~50달러 선이 무너지면 수지를 맞추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9일 "유가가 배럴당 25~30달러에 머문다면 1500억달러(183조원) 규모의 국부펀드 자금을 활용해 향후 6~10년간 재원에 활용할 것"이라면서 장기전을 시사한 바 있다.

국내 정유화학업계도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불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제마진 악화와 원유재고평가손실 확대로 1분기 실적 부진은 기정사실화 됐다.

하이투자증권은 에쓰-오일(S-OIL)의 1분기 실적을 매출 5조 2184억원(전 분기 대비 19.4% 감소), 영업적자 8262억원(전 분기 대비 적자 전환)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정유부문 영업손실은 9210억원, 석유화학 영업이익은 220억원으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나갈 것으로 봤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서는 매출 10조 7488억원(전 분기 대비 8.8% 감소), 영업적자 9530억원(전 분기 대비 적자 전환)으로 전망했다.

정유부문 영업손실 9559억원, 석유화학 영업이익 241억원, 윤활기유 영업이익 795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LG화학은 매출 7조 638억원(전 분기 대비 5.3% 감소), 영업이익 1592억원(전 분기 대비 흑자전환)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롯데케미칼에 대해서는 매출 2조 9718억원(전 분기 대비 6.3% 감소), 영업이익 694억원(전 분기 대비 -54.7%)로 전망했다.

한화솔루션은 매출 2조 3933억원(전 분기 대비 2.4% 감소), 영업이익 879억원(전 분기 대비 192.9%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들어서야 실적 방어가 일정부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경유·항공유 등의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나 최근 사우디의 4월 공식판매가격(OSP) 하향 조정이 5월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에 온기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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