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21일 경기 화성시 남양동 화성국제테마파크 예정지에서 열린 '화성국제테마파크 비전 선포식'에서 비전 선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신세계는 2011년 후발 사업인 이마트의 덩치가 커지면서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분리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수익 규모가 큰 이마트를, 여동생인 정유경 사장이 백화점부문을 맡았다.

분할 재상장 당시 이마트의 시가총액은 7조5683억원, 신세계(2조6287억원)의 3배 규모였다.

9년이 지난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의 상황은 역전됐다. 

이마트가 본업인 할인점 사업의 부진을 방어하지 못하고 미래 먹거리 사업을 찾는데 난항을 겪는 사이 신세계는 고급화 전략으로 승승장구했다.

28일 종가기준 이마트의 시총은 2조9270억원, 신세계(2조3235억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주저 앉았다.

정용진 부회장이 야심차게 도전했던 신사업들이 회사에 되레 부담으로 돌아온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형마트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9년 동안 미래먹거리 창출이나 온라인 소비시장을 따라잡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들도 잇따라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수준으로 강등하면서 허약한 재무상황과 불안한 미래를 방증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2·4분기 사상 첫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1년 전 대비 67% 급감했다.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마트의 부진이 결정타였다.

창고형 할인마트로 인기를 끌던 트레이더스의 수익이 사업진출 후 처음으로 꺽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전제품 판매점 일렉트로마트와 초저가 전략을 추구하는 노브랜드가 그나마 선전했지만, 만물 잡화점 컨셉의 삐에로쑈핑과 헬스앤뷰티(H&B) 브랜드 부츠 등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전문점 사업부문은 영업적자 폭을 되려 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용진 부회장의 ‘실험적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마트는 다음달 25일 정기주주총회에 전기차충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사업목적 추가 안건을 상정했다.

전기차 수요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충전소 설치 공간을 외부 업체에 임대해 주던 것을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면서 마트를 이용하는 고객중에서도 전기차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전기차 충전소를 확대해 나가기 위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인공지능(AI) 기술 기업 인터마인즈에 대한 지분투자, 미국 현지 자회사 PK 리테일 홀딩스(Retail Holdings)의 유상증자 등을 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신세계 티비쇼핑, 편의점 이마트24 등의 유상증자 안건을 의결했다.

온라인사업·편의점·복합쇼핑몰 등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기조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은 정 부회장의 선택과 능력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주가는 떨어진 상태서 또 떨어졌다.

신규 투자를 위해서는 회사채 발행이 불기피하다. 이마트로서는 신용등급 하락이 뼈아플 수 밖에 없다.

이마트는 부족한 자금의 대부분을 단·장기 차입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투자 부담 규모가 영업 창출 현금 규모를 웃돌아 차입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마트의 투자부담은 지속되는 반면 투자재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업 창출현금 규모는 감소하고 있다.약화된 현금흐름은 재무안정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 에스에스지닷컴 투자유치 7000억원, 약 9500억원의 점포 매각 등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으나 영업현금규모를 상회 하는 투자비용(CAPEX) 지출과 굿푸드 홀딩스 인수자금, 인수법인 보유 차입금의 연결재무제표 편입 효과 등으로 순차입금 감소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고 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이마트의 장기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이마트의 기업 신용등급을 기존 Baa3에서 투기등급인 Ba1으로 한단계 낮췄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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