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현대모비스, 정몽구 '비정상적 이사보수' 타깃

김성현 승인 2020.02.21 17:42 | 최종 수정 2020.02.21 17:57 의견 1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이후 국민연금의 책임 투자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동안 투자기업의 경영에 대해 입을 다물었던 국민연금은 올해 3월 주주총회서부터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국민연금은 회의를 통해 '적극적 주주활동(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7일에는 5%이상 지분을 가진 313개 상장사 중 56사의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 공시했다. 이들 56개사를 중점관리기업으로 보고 문제되는 부분은 주총장에서 반대표와 '주주제안' 등을 통해 주주 권리를 적극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단순 주총장 의사표시에 그치지 않고 주주가치를 떨어뜨린다고 판단되는 경영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개선안을 제시한다. 국민연금의 첫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앞두고  중점관리기업들의 현안과 문제점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국민연금이 현대모비스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고액 이사 보수를 두고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회장에게 매년 30억~40억원에 달하는 대표이사 보수를 지급한다.

이는 이사 9명(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에게 지급되는 총 보수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12월 의결한 ‘적극적 주주활동(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이 같은 보수 지급은 안건 반대 요건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이 스스로 정한 가이드라인을 따른다면 3월 18일 예정된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이사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지게 된다.

이사 보수의 내용은 현대모비스 이사회의 결정 사항이지만 국민연금은 주총장에서 이사 보수에 관한 반대 의사표시와 함께 개선안 등을 별도로 제시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의 지분 11.13%%를 가진 2대 주주다.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는 17.24%를 가진 기아자동차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3월 18일 오전 9시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주총안건은 ▲제43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결산배당금 보통주 3000원, 우선주 3050원)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다.

주목할 만한 안건은 3월 16일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임기가 종료되는 정의선 부회장의 이사 선임 건과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이다.

현대차그룹의 실질적인 총수인 정의선 부회장이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의 이사로 선임되는 안건에 대해서는 국민연금도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다. 현대모비스는 100억원을 9명의 이사보수한도로 제안했다. 이는 전년과 같은 액수다.

지난해 지급된 이사 보수 총액은 70억6500만원이다. 이 중 정몽구 회장이 받은 보수는 상반기만 15억4000만원이다.

하반기도 비슷한 수준으로 지급됐다고 가정할 때 정몽구 회장은 총 지급보수액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30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40억원이 정의선 부회장을 포함한 8명의 이사에게 지급되는 보수 총액이다.

2018년 정몽구 회장이 현대모비스에서 받은 연간 보수는 41억700만원이었다. 2017년에도 34억3000만원을 챙긴 정 회장은 지난 3년간 약 105억원을 보수로 지급받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7.11%(677만8966주) 지분을 가진 정몽구 회장은 보수와는 별개로 271억1586만원(결산배당금 주당 3000원, 중간배당금 주당 1000원 기준)의 배당금을 현대모비스에서 받는다.

현대모비스에서만 연간 3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챙기는 셈이다. 

정 회장에게 지급되는 고액의 보수로 인해 현대모비스의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국민연금이 반대해야만 하는 안건이 됐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 주식소유 목적을 단수투자목적에서 일반투자목적으로 변경했다. 중점관리기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중점관리사의 주총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주주권 행사 방법은 개선안 제시부터 안건 반대의사 표시, 주주제안 등 다양하다.

지난해 12월 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제33조는 ‘제13조 제2호 중점관리사안에 해당하는 기업에 대한 수탁자 책임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등 개선하지 않는 경우 이사회가 제시한 안에 반대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지침 제13조 제2호의 중점관리사안은 ‘임원 보수한도 적정성’이다.

지난달 말 국민연금과 기업구조지배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최성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이사 보수의 적정성을 보수 한도의 50% 수준으로 제시했다.

CEO스코어가 지난달 말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 315개를 조사한 결과 이사 보수는 지급한도대비 평균 48.5%로 나타났다.

현대모비스의 이사 보수 지급액은 여타기업들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인데다 지급내역도 일반적인 기업관행과는 거리가 있다.

현대모비스는 보수 한도 대비 70% 가량을 이사 보수로 지급했고, 이중 절반 가량은 병상에 누워있는 정몽구 회장 몫으로 돌렸다.

이사에게 지급되는 개별 보수의 액수는 주총이 아닌 현대모비스 이사회에 의해 결정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업에 적정한 이사 보수를 제안하고 대화로 협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기금운용위원회 등을 거쳐 주주제안을 하게 된다. 대화단계에서 협의가 이뤄지면 일반투자목적을 단순투자목적으로 변경한다. 

다만 현대모비스 주총의 경우는 주총 시작 6주 전까지 주주제안을 해야한다는 상법 규정에 따라 반대표를 던지는 걸로 주주권 행사가 제한된다. 

올해 주총에서는 안건 반대 의사표시를 통해 이사들의 보수 내용이 적절치 않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게 된다. 

국민연금측은 우선 현대모비스의 재무상황을 다각도로 평가한 후 이사 보수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소명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소명을 듣고 개선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일반투자목적을 유지하고 내년 주총부터는 이사 보수 한도를 대폭 삭감하는 주주제안을 하게 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의 현 상황을 보면 충분히 국민연금이 보수한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50%를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안건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마다 내부 사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한 검증 과정을 거치고 현대모비스의 소명까지 들을 것”이라고 했다.

정몽구 회장의 이사 임기 만료일은 2022년 3월 21일이다. 향후 2년간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가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모비스 내 우호지분은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 것을 합쳐 30% 수준이다.

지분율이 11.13%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등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의 경영 건전성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다른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총수라는 이유만으로 적절치 않은 임금을 매년 받고 있다면 국민연금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게 옳다”며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지난해 이사들의 보수 적정성을 평가하는 보수위원회도 신설하면서 보수 지급에 있어 충분한 내부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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