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경남 하동 태양광발전설비 ESS에서 발생한 화재./사진=뉴시스.

[포쓰저널=오경선·성은숙 기자] 정부 조사단이 지난해 8~10월 전국 5곳의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의 주요 원인을 ‘배터리’로 발표한 가운데 제작사인 LG화학과 삼성 SDI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조사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23건의 화재사고 중 14건은 충전완료 후 대기중에 발생했으며 6건은 충방전 과정에서 났고, 설치·시공 중에도 3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원인은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4가지다.

일부 배터리 셀에서 제조상 결함을 발견했으나 결함을 모사한 실증에서 화재가 발생하진 않았다. 다만 조사위는 제조 결함이 있는 배터리가 가혹한 조건에서 장기간 사용되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가 발화 지점인 것으로 발표된 4곳 중 충남 예산·경북 군위 배터리는 LG화학 제품이고, 경남 김해·강원 평창은 삼성 SDI제품을 사용했다.

이에 LG화학은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지난 4개월간 실제 사이트를 운영하며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실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은 점 △조사단에서 발견한 양극 파편·리튬 석출물·음극 활물질 돌기·용융 흔적 등은 일반적인 현상 또는 실험을 통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한 점 등을 들었다.

삼성 SDI도 △조사단이 발표한 배터리는 화재 현장에서 사용된 것과 다르며 △큰 전압 편차는 배터리의 화재 발생 조건이 아니고 △강원 평창은 배터리 보호장치가 정상 동작했다는 점을 들어 조사단의 결과에 반발했다.

삼성 SDI는 “지난해 말 조사단은 평창 및 김해 사이트에 설치된 배터리와 유사한 시기에 제조된 배터리가 적용된 다른 사이트의 데이터 및 제품을 요청했다. 이에 삼성SDI는 인천 영흥, 경남 합천에 설치된 제품을 전달했고, 조사단은 이 제품을 분석해 발표내용에 포함했다”며 “조사단 조사 결과가 맞다면, 동일한 배터리가 적용된 유사 사이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ESS 화재 발화지점은 배터리에서 시작됐지만, 화재 원인은 다양하다”며 “일반적으로 화재는 불을 붙일 수 있는 ‘점화원(열)’, 불을 지속시키는 ‘산소’, 불을 확산시키는 ‘가연물(연료)’이 동시에 존재해야 발생한다. ESS에서 배터리는 유일하게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연물로써 화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점화원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다만 ESS산업에 대한 신뢰 확보에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2017년 중국 남경공장에서 생산된 ESS배터리 전량 교체 △특수 소화시스템 순차 적용 △소화시스템 전수 조사 후 추가 모듈 교체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 실시 등을 약속했다.

이같은 안전조치는 국내에 설치된 사이트 및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우선 실행된다.

해외 사이트에 대해서는 해당 고객과 개별적인 협의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LG화학에 따르면 자체 개발한 특수소화시스템은 ESS 시스템 내 배터리 랙 상단에 설치된 연기 감지기에 화재가 감지되면 해당 배터리 모듈에 직접 물을 주입해 진압하는 '주수(注水) 방식'이다.

이는 화재발생 초기 단계에 해당 배터리 셀의 온도를 낮춰 주변에 위치한 배터리 셀로 '열전이 현상'이 빠르게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는 원리다.

LG화학은 이 시스템이 글로벌 안전인증회사 UL의 UL9540A Unit level 테스트 기준을 만족했다고 설명했다.

또 ESS 배터리 설계 단계 초기에 전기충격 발생시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듈퓨즈, 랙퓨즈, 서지 프로텍터 등 ‘3중 안전장치’를 적용한다.

화재 예방을 위한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으로는 ‘지락감시장치’ 및  ‘E(Emergency)-Stop’을 도입한다.

화재 원인 파악을 위해서는 일종의 블랙박스 같은 Fireproof-HDD를 도입해 HDD(배터리 시스템 내 하드디스크) 내 운영기록이 소실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2017년 중국 남경공장에서 생산된 ESS 배터리 전량 교체를 위한 비용 일체는 자체적으로 부담한다"며 "이번 고강도 안전대책과 관련해 약 2000~3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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