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해병대1사단 병사 가혹행위 및 성희롱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포쓰저널=성은숙 기자] 해병1사단에서 선임 병사의 가혹행위에 지속적으로 시달린 신병이 여러 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오전 군인권센터는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서 지난해 10월 해병1사단에서 일어난 병사 가혹행위 및 성희롱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해 병사는 피해 병사에게 "마구 두들겨 패서 의가사(의병전역) 시켜주고 싶다", "이렇게 말랐는데 여자랑 성관계 하다가 응급실 가는 거 아니냐", "성기가 서긴 서냐" 등 폭언을 일삼았다.

복구 작업 중에는 잠자리를 잡아와 억지로 입에 넣고 먹으라고 강요하는 등 가혹행위도 서슴치 않았다.

피해 병사는 사건 당시 해병1사단에 전입한 지 3일 밖에 지나지 않은 신입 해병이었다. 

그는 분노로 인한 공황발작·중증 우울증 등으로 거듭 자살을 시도하다 이달 14일 군인권센터·국민신문고·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신고했다.

가해 병사는 헌병대에서 조사 중이다. 피해 병사는 의병전역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해당 부대 지휘부는 성희롱적인 발언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피해병사에 대한 전문의사 확진이 필요하지만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의심되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어 "군대 내 악습은 일제의 잔재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문화는 전쟁 시 전투 지역에서 집단강간·학살 등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행위인 만큼 지휘부가 예의주시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번 가혹행위 발생 현장에는 선임 병사 등 다수의 목격자가 함께 있었지만 그저 '물로 입을 헹궈라'고 말할 뿐이었다.

'신고하는 해병은 해병의 적', '신고자는 기수 열외' 등 해병대 내 '침묵의 카르텔'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제가 해병대에 임관했을 때도 '똥군기' 문화는 만연했다"며 "옴부즈만 형태의 감시체계와 내부 인권 교육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병영 문화가 점차 개선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2019년 2월 이승도(57·중장) 해병대 사령관은 "병영 인권 개선 목표를 달성했다"며 2017년 출범한 '해병대 인권 자문 위원회'를 해산시켰다.

그해 군인권센터에 접수된 해병대 인권 침해는 35건에 달했다. 구타, 폭언, 협박, 개 흉내를 내고 엉덩이를 흔들며 네 발로 걷기, 치약으로 머리 감기 등 다양한 양태였다.

방 팀장은 "이 사건 피해자는 1명이지만 해병대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피해자가 존재한다고 본다"며 "이런 악습은 대부분 자·타해로 이어지는데 공격성이 타인을 향하게 된다면 총기난사 등 군대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추가적인 가혹행위를 조사해 고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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