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안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AP뉴시스

[포쓰저널]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1년 6개월만에 '1단계 합의' 서명식을 갖고 관련 합의 내용을 공개했지만 글로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경제담당 부총리는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했다. 양측은 '미중 경제 및 무역 합의 1단계'란 제목의 86쪽짜리 합의문을 공개했다.

합의안에는 중국이 향후 2년 동안 미국산 물품과 서비스를 2000억달러(약 232조원) 규모로 추가 구매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화웨이 등 중국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 중국정부의 기업 보조금 등 예민한 사안은 2단계 협상을 미뤄졌고 타결시점은 11월 미 대선 이후가 될것으로 전망된다.

1단계 합의내용이 뉴욕 증시 개장 직후 알려지면서 다우존스 등 주요지수는 한때 반등세를 보이긴 했지만 오후장 들어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고 강보합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31%, 에스앤피(S&P)500지수는 0.19%, 나스닥종합지수는 0.08% 각각 상승했다.

이어 열린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6일 오후 2시30분 현재 일본 니케이지수는 전장대비 0.03%, 코스피지수는 0.37%, 홍콩 항셍지수는 0.08% 각각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명 당사국인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되레 0.26% 떨어진 상태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이 합의 내용대로 미국산 제품과 용역을 향후 2년동안 2000억달러 어치나 추가로 사들이는 것이 실제로 가능할 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등 양국 간 무역마찰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매기고 있는 고율관세도 여전히 상당부분 남아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2단계 합의 이전에는 철폐할 의사가 없다는 걸 분명히 한 것도 미국와 중국 기업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현재 중국산 제품 2500억달러 상당엔 25%의, 1200억달러 상당엔 7.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의 연간 중국산 제품 수입 규모가 5000억달러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85% 이상에 고율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 공식 서명식에서 "우리는 2단계 합의를 시작할 것이다"면서 "사람들은 충격받았지만 우리는 관세를 남겨뒀고, 그건 잘한 일이다. 2단계 합의가 가능하다면 나는 그 관세를 철폐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협상 카드가 없다"며 "류 부총리와 협상하는 건 매우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2단계 합의를 마무리하면 (관세는) 바로 사라진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단계 합의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단계 합의에 대해 "오늘 우리는 공정하고 상호적인 무역의 미래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우리가 말하는 동안 지켜보고 있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감사하며, 나는 머지않아 중국에 가서 화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은 나의 정말, 정말 좋은 친구다. 그는 중국을, 나는 미국을 대표하지만 우리는 믿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이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이건 25년 전에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2단계 합의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도 정부 관계자와 관영매체를 통해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환영한다는 뜻을 공식화 했다.

인민일보는 16일자 사설 격인 '중성(鐘聲)' 칼럼에서 "미중 대표는 2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이날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을 가졌다"면서 "이런 성과는 미중이 문제해결 방향을 향해 한걸음을 진전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협력은 마찰보다 낫고, 대화는 대립보다 강하다”면서 “미중간  무역문제 해결은 장기적이고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으로, 양국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영 CCTV도 16일자 사설에서 “미중이 합의를 달성하는 것은 (전세계) 금융시장의 바람이자 민의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면서“양국은 문제해결을 위한 건설적인 방안을 마련했고, 갈등 고조를 막기로 합의했다. 이는 양국 무역관계 안정적인 발전을 수호하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매체는 “합의 달성 이후 결정적인 사안은 이행”이라면서 “만약 어느 한쪽이 약속을 파기한다면 반드시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학회 전문가위원회 리융 부주임은 이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단계 합의로 미중은 상대적으로 '예측가능한 사이클(predictable cycle)'에 진입했다”며 "이는 무역전쟁에 의해 파괴된 전세계 가치사슬을 회복하고 손실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웨이젠궈 전 중국 상무부 부부장도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이 주는 상징적인 신호는 실제적인 합의 내용보다 훨씬 더 크다"면서 "무역전쟁에서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이 ‘일시 정지 키(pause key)’를 누른 것은 전 세계에 이익이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는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정식으로 서명했다.
 
미무역대표부(USTR)가 발간한 영문 합의문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1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 사이 미국산 제조품, 농산물, 에너지, 서비스 등을 최소 2000억 달러 어치 구매 또는 수입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공산품의 경우 올해와 내년 각각 329억 달러, 448억 달러 씩 총 777억 달러 어치를 추가로 구입한다. 산업 기계, 전기 장비 및 기계, 의약품, 항공기, 차량, 광학 및 의료 기기, 철강, 기타 등이 구매 대상에 해당한다.
 
농산물은 올해 125억 달러, 내년 195억 달러씩 모두 320억 달러어치를 추가 구매한다. 오일시드, 육류, 곡물, 면, 여타 농산물, 해산물 등이 이 분야의 구입 대상이다.
 
에너지 상품은 올해 185억 달러, 내년 339억 달러로 총 524억 달러 어치를 더 구매한다. 액화 천연가스, 원유, 정제 제품, 석탄 등이 이에 포함된다.
 
서비스 품목은 올해 128억 달러, 내년 251달러로 모두 379억 달러 어치를 추가 구입하기로 했다. IP 사용료, 출장 및 관광, 금융 서비스와 보험, 클라우드 관련 서비스 등이 구매 대상이다.
 
합의에 따라 중국은 올해 총 767억 달러, 내년에는 1233억 달러로 전체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2년에 걸쳐 추가로 구입하게 된다.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외에 지적재산권 보호와 강제 기술 이전 금지, 시장접근권 제공 등도 합의됐다.
 
중국은 합의안 발효 30일(근무일 기준) 안에 양질의 성장을 증진하기 위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행동 계획'을 발표하기로 한다. 계획에는 중국이 의무 이행을 위해 취할 조치와 이행 일자를 포함시키도록 했다.
 
합의안은 또 기업들이 기술 이전에 대한 강제나 압력 없이 운영돼야 하며, 기술 이전은 시장에서 자발적이고 상호적인 합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양측이 서로의 서비스 및 서비스 공급 업체에 대해 공정하고 효과적이며 비차별적인 시장 접근권을 제공하기 위해 건설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양측은 신속하고 효과적인 합의 이행을 위해 '양자 평가 및 분쟁 해결 방식'도 구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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