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CEO 최종 후보./사진=KT

[포쓰저널] 황창규 회장의 뒤를 이어 국내 최대 통신기업 KT를 이끌어 갈 최종 회장 후보로 구현모(55)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이 내정됐다.

하지만 '황의 남자'로 불리며 황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점은 내년 3월 주총 때까지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27일 KT 이사회는 차기 CEO 후보로 구현모 사장을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구현모 후보는 2020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임기 3년의 KT CEO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KT 내부 인사가 KT 사령탑에 오르는 것은 2005년 남중수 전 KT 사장 취임 이후 13년 만이다.

단, KT 이사회는 ‘회장’이라는 직급은 국민기업인 KT에 적합하지 않다며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 제도로 변경하고 급여 등의 처우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추기로 제안했다.

KT는 2009년 이석채 회장때 계열사들을 확대하면서 KT그룹 위상 강화를 명분으로 대표이사 직급을 사장에서 회장으로 올렸다.

KT의 차기 CEO는 지난달 6일 총 37명의 후보에서 시작해 지배구조위원회와 회장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를 거쳐 두 달여 만에 마무리 됐다.

지배구조위가 12월 12일 37명 중 9명을 뽑아 회장후보심사위로 보냈고, 회장후보심사위는 9명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해 이사화외 함께 구현모 후보를 최종 후보로 정했다.

정부 인사로 꼽히는 전직 고위 관료 후보들은 전문성 측면에서 모두 탈락했다. 최종 9명의 후보중 7명은 전현직 내부 인사였다.

KT 회장은 정권의 뒷배를 업은 낙하산 인사로 외압에 흔들리며 논란이 돼 왔다. 이석채 전 회장과 황창규 회장은 초기 후보 공모에 응하지 않다가 막판 최종 후보 선정 과정에서 이사회 추천으로 전격 결정됐다.

이번 KT CEO 인사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최대 가치로 이러한 악순환을 끊자는 것이 최대 숙제였다.

KT 이사회 김종구 의장은 “구현모 후보는 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으며,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고,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구현모 신임 사장은 1964년생으로 1987년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직후 KT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32년간 KT에 재직해온 정통 KT맨이다.

황창규 회장 취임 직후인 2014년 회장 비서실장 겸 전략담당 전무로 발탁된 뒤, 2015년 경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7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빠른 승진으로 황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됐으나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황 회장과 삼성에서 같이 근무한 김인회 비서실장에게 그룹의 중추인 경영기획부문장 사장 자리를 내줬다.

개편된 조직에서 마케팅과 소비자 영업을 담당하는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을 맡아 2인자에서 밀려났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종 심사에 오른 9명의 후보중 54세로 가장 젊은 구현모 후보는 KT의 미래 비전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유력 후보에 거론됐던 외부 인사인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전직 KT맨으로 화려한 복귀를 노리던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 등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구현모 후보는 지난 1월 황 회장과 함께 국회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구 후보와 황 회장 등 KT 전·현직 임직원 7명은 2014년 5월~2017년 10월 KT 대관부서를 통해 제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79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KT새노조는 성명을 내고 “셀프 추천 이사들로 만들어진 이사회에 의한 기업지배구조하에서 과거와 달리 정치권의 외풍이 별로 없는 상황이 오히려 적폐 경영의 후계구도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었다”며 “불법 정치자금 사건, 자문선임 사건 등 황창규 회장 하에서 정치권 줄대기로 인한 리스크를 털어버리고 아현화재 등 단기주의와 무책임 경영이 빚은 경영 실패를 바로 잡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황창규 회장 체제와의 단절과 혁신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현모 후보는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KT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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