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자료사진

[포쓰저널] 노소영(58)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남편 최태원(59) SK그룹 회장에게 "행복을 찾아가라"며 대신 최 회장이 가진 (주)SK 주식 42.29%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주)SK는 SK그룹의 지주회사다. 노 관장의 주장이 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엔 노 관장은 SK의 2대 주주로 올라서고 당연히 그만큼 최 회장 지분은 쪼그라든다. 대한민국 3대 재벌기업의 지배 판도가 뒤흔들릴 수 있는 셈이다.

노 관장이 소수점 두자리까지 찍어 SK 지분을 요구한 근거는 무엇인 지, 그게 판사를 설득시킬 수 있을 만큼 합리성을 가진 것인 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노 관장의 SK 주식 42.29% 요구는 SK그룹이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의 힘으로 대한석유공사(유공, 현 SK이노베이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등을 인수해서 성장했다는 것을 근거로 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재산분할은 결혼생활 도중 재산 형성에 기여한 것에 대한 요구인데, 노 관장은 SK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다.

세간의 추측대로 노 관장이 부친인 노 전 대통령의 SK 성장 기여도를 근거로 재산분할을 요구했다면 법원을 설득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통령 또는 신군부 정권 유력자와 재벌의 정경유착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SK가 유공과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는데 노태우 전 대통령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면 그 자체가 직권남용이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면 수뢰죄가 된다.

노 관장은 스스로 부친의 불법행위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1953년 선경직물로 출발한 SK그룹은 1980년 유공,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며 대 재벌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유공과 한국이동통신은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과 신군부의 친분이 바탕이 됐으며 노태우 대통령이 사돈에게 선물로 준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최종현 회장은 1980년 2차 석유파동으로 한국이 석유위기에 처하자 신군부로부터 사우디에 급파돼 석유수출기구(OPEC)의 석유수출금지 조치 해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선경직물에서 합성섬유들의 주 원료인 석유를 수입하면서 중동 거래선들과 쌓은 우호적인 관계 덕이었다.

이런 공로로 1980년 유공 민영화 과정에서 SK는 삼성을 따돌리고 정유 사업권을 따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은 1988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의 취임직후 시점이었다.

노태우 정부 말기인 1992년 민간에 처음으로 통신시장을 열어준 제 2이동통신 민간사업자 선정에서도 SK의 전신인 선경그룹이 사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 제2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되며 특혜 논란이 확대되자 선경그룹은 대선을 앞두고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결국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은 김영삼 정부로 미뤄졌고, 선경그룹은 1994년 재입찰에서 4370억원으로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내며 사업권을 다시 따냈다.

노 관장의 요구가 모두 관철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의외의 결론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는 “(이혼시 재산분할의 경우) 법에서는 기여도에 따라 나눈다고 돼 있는데 노소영 관장의 기여도가 더 크다고 하면 (당초 요구보다) 더 받을 수 있다”며 “배우자 소유 회사에 대한 지분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가 갖고 있는 회사 지분을 달라는 것이다. 내조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지만 (노 관장이) 양육 등을 도맡아 (최 회장이) 업무에 집중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가도 더 많이 오르고 성과를 냈다면 공동체 노력에 의한 것이다. 재산을 분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위자료도 이 사안의 경우 법률상의 무책 배우자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상태임에도 유책 배우자가 자신의 외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세상에 알리고 공식적으로 부부로 활동하고 있다. 노소영 관장은 사회활동을 하는 사회적 명리(명예와 이익)를 갖고 있어 가정주부가 겪는 상처와는 또 다르다. 보통의 경우도 3억원은 요구하는데 왜 위자료를 그렇게 적게 요구했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용 관장의 이혼소송은 2015년 최 회장이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고 이혼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고, 지난해 2월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함에 따라 정식 소송 절차에 돌입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사이에 윤정·민정·인근 등 2녀1남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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