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월 22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2차 공판에 출석하던중 눈을 감고 있다./사진=뉴시스

[포쓰저널] "법과 윤리를 준수한다." 삼성의 '5대 경영원칙' 중 제1호 원칙이다.  

삼성이 올해 정기임원인사에서 이 원칙을 어느 정도 적용할 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정농단 뇌물과 노조와해, 분식회계, 삼성물산 합병 건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 임직원은 50명이 넘는다.

개중엔 삼성전자의 형식상 서열 1위인 이상훈 이사회의장도 있고, 정금용·원기찬 등 계열사 대표도 있다.

삼성 경영원칙대로라면 이들은 싹 물갈이되는 게 사리에 맞을 것이다.

여기에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삼성전자 ㅂ 부사장 사례 등 '윤리' 문제까지 건드릴 경우 삼성의 올 정기인사는 사상 최대폭이 돼도 모자랄 판이다. 

인사권을 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건 이것 만이 아니다.

본인의 지위에 대해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이다.

현재 이 부회장의 최대 관심사 내지 목표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재구속을 피하고 2심의 집행유예를 유지하는 일일 것이다.

대법원이 뇌물과 횡령금액을 2심의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대폭 올린 상황에서 실형선고를 피하려면 양형규정 상의 감형요인을 최대한 부각해야 한다.

감형요인 중 가중치가 가장 높은 것은 '강요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했다', 즉 수동성과  '진지한 반성'이다.

이 부회장 측이 최근 손경식 CJ회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뇌물공여의 수동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남은 문제는 '진지한 반성'인데,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첫 공판에서 충분한 힌트를 줬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는 10월 25일 첫 공판 말미에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준법감시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런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며 "미국 연방양형기준 8장과 그에 따라 미국 대기업들이 시행하는 실효적인 감시제도를 참고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준법 의지를 분명히 하면 잘 봐 주겠다고 노골적으로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이 부회장의 경우 '진지한 반성'의 핵심은 '준법 의지'를 확고히 표명하는 것인 셈이다.

이 부회장이 10월 말 삼성전자 등기이사 연임을 포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취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법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임직원들을 과감히 물먹이거나 퇴진시키는 인사를 하면 '진지한 반성'에 1점이 추가될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 이 부회장이 '부회장'직도 던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백의종군만큼 감동적이고 진지한 반성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회장은 스스로 내려놓지 않아도 최소한 삼성전자에서는 '부회장' 등 공식 직함을 계속 달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파기환송심에서 횡령죄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취업제한 1호 대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경법상 횡령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유죄 판결을 확정받으면 ‘해당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징역형의 집행이 끝나거나 사면된 날로부터 5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면 종료된 날로부터 2년 뒤까지 취업을 할 수 없다.

해당 특경법 규정은 그동안 사문화된 상태였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법무부가 관련 시행령을 정비하는 등 발동의지를 분명히 한 상태다.

특경법 시행령은 취업 제한 '범죄 관련 기업체'에 '범죄 당시 공범이 임원 등으로 재직하던 기업체'도 포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횡령 '공범'으로 재판 중인 최지성, 장충기, 박상진, 황성수씨는 모두 삼성전자 임원들이었다.

파기환송심이나 이후 재상고 등에서 이 부회장과 최지성씨 등의 횡령이 '완전 무죄'가 되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취업제한을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감형요소를 충족해 재수감을 피하고 집행유예을 받는다고 해도 삼성전자 부회장직을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다. 

특경법은 경제사범이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에도 집행유예가 종료된 날로부터 2년 뒤까지는 관련기업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설령 이 부회장이 2심처럼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형을 유지한다고 해도 최소 6년간은 삼성전자에는 취업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부회장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르-케이스포츠 출연금에 대해선 대법원도 무죄취지로 판결한 만큼 당시 출연금을 분담한 삼성생명 등 다른 계열사에는 취업제한이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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