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해인·하준이·태호·민식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든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국회 의사과에 신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쓰저널] 자유한국당이 29일 선거법, 검찰개혁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를 위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법안 199건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한 것과 관련해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리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한국당이 모든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의사과에 신청했다"고 전했다.

2012년 개정된 국회법 제106조2에 따르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1이 요구할 경우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있다.

108석을 가진 한국당은 개별 안건에 대해 의원 1명당 4시간 이상씩 토론을 진행해 20대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인 12월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에 따르면 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할 경우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177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한국당에 반대하는 정당들의 표를 모두 모아도 이를 충족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이번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수 있다"며 "저희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버스트 신청 이유에 대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이 독재 악법을 탄생시키기 위해 불법으로 출발시킨 패스트트랙 폭거 열차가 대한민국을 절망과 몰락의 낭떠러지로 끌고간다"며 "제1야당이 막지 않는다면 누가 막겠나"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현행 국회법은 다수 세력에게 패스트트랙이란 장치를 부여하는 동시에 소수 세력에겐 긴급안건조정위원회, 무제한 토론 등 합법적이고 명확한 평화적인 저지 수단을 부여했다"며 "그런데 불법사보임과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 계속되는 불법과 다수의 횡포 속에 한국당은 평화롭고 합법적인 저항의 대장정을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저항의 준엄한 대장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불법 패스트트랙 완전한 철회 선언과 친문게이트의 국정조사 수용"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의 이 같은 결정으로 본회의에 상정되는 '유치원 3법'과 '민식이법', '데이터 3법' 등 본회의에 오를 모든 안건이 이날 처리가 어렵게 됐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이날 오후 2시경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 개회가 미뤄진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민생파괴! 국회파괴! 자유한국당 규탄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 민주당은 대책 강구에 나섰지만 별 뽀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저녁식사를 하고 국회 주변에서 대기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민주당은 본회의는 열리지 않게 됐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지도부 차원의 전략을 정리하기 위해 오는 30일 오전 중진의원-상임위원장-원내대표단 연석회의를, 12월1일 최고의원회의를 각각 열기로 했다.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상황 자체가 너무도 초유의 사태라서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를 잘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에 대해 "정신 나간 짓"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여영국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치개혁, 사법개혁 법안은 물론이고 본인들이 처리를 약속한 비쟁점 법안인 '유치원 3법'과 '민식이법'과 '해인이법' 등 어린이 생명 안전법, 청년 기본법, 과거사법, 소상공인 보호법안까지 막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민심 반영된 선거제가 되면 밥그릇이 줄어드니 반대하고 공수처가 설치되면 비리 집단인 자신들이 제1 수사대상이 되니 반대한다고 치자"라며 "그런데 어린이 생명 안전법과 과거사법은 안중에도 없고 소상공인 보호는 말로만 외쳤다는 고백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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