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사진=뉴시스.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NH투자증권이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의 사상 최대실적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영채 사장의 역할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 출신인 정 사장은 지난해 3월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NH투자증권의 최근 호실적은 IB(투자은행) 수수료 수익 역할이 컸다.

올 3분기에도 주식·채권운용,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은 저조했지만, IB수익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브로커리지, 금융상품판매, 자산관리 수수료 등이 지난해와 유사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IB수익은 올해 1600억~1700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연간 IB수익은 1110억원 가량이다. 기타수수료 수익도 지난해에 비해 300억~400억원정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5월 인가 받은 발행어음을 기반으로 투자 여력이 확대돼 IB수익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영채 사장과 NH투자증권의 이런 승승장구가 대한민국의 혁신기업 생태계에는 되레 '독초'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두번째로 발행어음을 인가 받았다.

인가 이후 1년만에 발행어음으로 3조5060억원(6월 말 기준)의 추가 자금을 조달했다.

정부가 일부 대형 증권사에 발행어음 특혜를 준 가장 큰 이유는 혁신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우량기업에 투자해 손쉽고 안전하게 돈을 벌고 있다.

스타트업 발굴이나 벤처기업 지원은 사실상 관심밖으로 밀려나 있다. 

NH투자증권은 SPC(특수목적법인), 사모펀드 등을 통해 간접 투자방식으로 벤처·중소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투자규모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3조3499억원(5월 말 기준) 중 2조317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사업을 시작한지 3년 이내의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금은 없었다.

반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기업, 즉 재벌기업과 중견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각각 8172억원, 4689억원이었다.

채권 투자금 5350억원 중 5150억원은 A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에 투입됐다.

이런 행태는 한국투자증권도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도 "모험자본(벤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전무하고, B등급 이상 위주의 우량 회사채만 매입했으며,확보 자금의 상당 부분을 머니마켓펀드(MMF) 등 현금자산으로 보유하는 등 발행어음의 당초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 측은 김 의원실 자료가 기업에 대한 직접투자에 대한 통계치만 반영된 것이며 "간접투자 방식의 벤처 투자는 많이 하고있다”고 했다.

증권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NH 등이 “발행어음 인가 후 당국의 의도를 모른 척하고 자기 배만 불리고 있으며 이것이 여타 증권사에 유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행주자인 NH와 한투의 이기적 행태가 누적되면 향후 증권사 발행어음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아예 폐지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상대적 호실적으로 정영채 사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 사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정 사장의 경영철학에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발행어음이 대한민국 혁신기업 생태계 육성에 도움이 되는 날을 기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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