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사진=뉴시스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주인으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낙점될 전망이다. 

항공사 인수를 통한 호텔, 면세점과의 시너지를 강조하는 정몽규 HDC 회장의 포부과 달리 시장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몽규 회장과 주주가 원하는 투자의 방향이 엇갈렸다는 평도 나온다.

무리한 인수가격에 대해서는 2014년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10조5000억원을 쏟아부은 것과 비교되고 있다.

탄탄한 재무안정성이 최대 장점이었던 HDC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해 부채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이 같은 전망은 유가증권 시장의 주가에도 반영됐다. 

금호산업은 12일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최종선정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측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최종입찰에 참여했던 3개 컨소시엄 중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달성 및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있어 가장 적합한 인수 후보자라는 평가를 받게 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HDC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금호산업과 컨소시엄은 연내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완료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HDC는 2조5000억~2조9000억원 수준의 인수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애경산업 컨소시엄이 써냈다고 알려진 1조7000억수준보다 1조원 정도 높은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HDC는 금호산업이 가진 구주에 대해서는 3000억대 수준의 평가를 내렸다.

정몽규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HDC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아시아나는 이번 현대산업개발의 인수를 통해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몽규 회장의 자신있는 목소리와 달리 업계는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HDC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결정된 현상황에서 M&A(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해도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히려 아시아나 인수가 HDC의 재무건전성까지 해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기준 9조5989억원의 부채를 갖고 있다. 부채비율은 695.5%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위해 최소 1조원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아시아나항공의 우발채무도 변수다.

올해 상반기 기준 HDC의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단기투자증권을 포함한 유동자산은 1조6416억원이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분리해서 보면 1조1772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략적투자자(SI)인 현대산업개발과 재무적투자자(SI)인 미래에셋대우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7대3비율로 진행하는 구조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최저 2조5000억원의 인수대금 중 70%에 해당하는 1조7500억원을 HDC가 지불해야 한다, HDC의 현금 전부가 투입되게 되는 셈이다.

HDC의 주력사업인 건설업도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호텔, 면세점 사업 시너지에 지나친 배팅을 했다는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C의 올해 4분기 매출은 9201억원으로 전년대비 10.47% 감소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929억원으로 전년대비 6.43%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등 주택시장 규제로 영업환경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HDC의 주가에는 이 같은 악재가 반영돼 있다. 지난 6월 12일 종가기준 1주당 4만7000원이었던 HDC주가는 이날 종가기준 3만1100원이다. 7월 8일 4만원선이 무너진 이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에도 주가는 2.13% 오르는데 그쳤다.

시장은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썩 달가워하지 않다는 의미다.

증권사들도 HDC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이날 이베스트증권은 항공업과 HDC가 가진 호텔, 면세점의 시너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목표주가를 4만6000원에서 4만원으로 하향했다.

김세련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업과 항공업의 시너지에 대한 시장의 의문 및 아시아나항공 매각가의 적정성으로 인해 디스카운트가 나타났다”며 “주주가 원하는 투자와 회사가 원하는 투자의 방향성이 다르기에 당분간 멀티플 디스카운트의 지속은 불가피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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