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1일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마치고 백악관을 예방한 중국 측 대표 류허 국무원 부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다 측근과 무언가 상의하고 있다./AP뉴시스 

[포쓰저널]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대한 전망이 다시 불투명해지고 있다.

최근 상황만 보면 미국이 '1단계 협정' 이라도 서둘러 체결하려고 하는 반면, 중국이 설핏설핏 어깃장을 놓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중국과 미국은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위한 새로운 장소 선택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썼다. 

16~17일 칠레에서 열린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무산된 데  따른 대응이다.

미국은 이달 초 고위급 대표단을 베이징으로 보내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안'에 대한 최종 조율을 한 뒤 칠레 APE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명하는 방안을 강구해왔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0월25일 성명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류허 부총리와 통화했다면서 양측이 특정 이슈에서 진전을 이뤘으며 최종적인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1단계 합의'가 전체 협정의 60%라고 했다.

대선을 1년 앞두고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선언하려는 욕망이 간절하다는 걸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비핵화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무역갈등 봉합은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외교적 치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인 중국은 1단계 합의에 그다지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베이징 정가에선 미국과 이견이 큰  핵심 쟁점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양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 당국자들은 가장 민감한 의제들에 대해선 꼼짝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들 중국 당국자들은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방문객들과 교섭 담당자들과의 사적인 대화에서 이같이 말했다"면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성향 때문에 1단계 합의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중국 측이 거론한 '민감한 의제'란 자국 산업보조금 문제와 외국기업을 상대로 한 기술이전 강요 등 분야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진핑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역조 해소를 위해 미국 농축산물 수입을 확대하는 수준 이상의 구조적 조치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는 분석이 여전히 우세하다.
 
중국 정부도 '1단계 합의' 직후인 10월 26일 오전 상무부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을 통해 "무역협상의 특정 부분에 대해 기술적인 협의가 근본적으로 완결됐다"면서도 합의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중국은 무역협상 초기부터 자국 수출품에 부과된 미국의 보복관세 전면 철폐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협정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일부 관세는 남겨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 간 '1단계 무역합의'에는 해당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1단계 합의에서 중국은 대두와 돼지고기 등 미국산 농산물 연 400억~500억달러 상당을 구매하고, 미국은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율을 기존 25%에서 30%로 올리는 것을 보류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했다.

포천은 이날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 분석을 인용해 "만약 '1단계 합의'가 (전체 합의의) 60%라면 이는 미국이 (그간 중국 정부의 개혁을 요구해온) 많은 구조적 문제를 포기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미국이 주장해온 '중국 제조 2025 폐기'를 검토한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지만, 양측이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유지할 경우 1단계 합의가 체결되더라도 추가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중 무역협상에 다시 난기류가 일면서 간밤 뉴욕증시 주요지수 일제히 하락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일 대비 0.52%, 에스엔피(S&P)500지수 0.30%, 나스닥종합지수 -0.14% 각각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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