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김성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이라는 동일한 고리에 얽혀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이 집행유예로 종결되면서 비슷한 처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종 형량에도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된다.

핵심 혐의인 뇌물만 보면 두 사람은 죄의 무게가 비슷하다. 대법원 판결기준으로 신 회장의 뇌물공여액은 70억원, 이 부회장은 86억원이다.

'70억원'이 집행유예면 '86억원'도 같은 처분을 받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에 비해 훨씬 불리한 상황이다.

신 회장에겐 적용되지 않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업무상 횡령죄가 이 부회장를 옭아매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은 25일 오전 10시 10분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다.

파기환송심은 공판준비절차가 별도로 없는 만큼 이 부회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작업과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부정한 2심 판결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과 정유라의 말 3필 구입비 34억원도 뇌물이라고 봤다.

50억원의 뇌물이 추가로 인정돼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수는 원심이 뇌물로 인정한 36억3484만원(코어스포츠 용역비)을 더해 80억원을 넘어섰다.

이 부분만 따지고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원의 뇌물을 공여했다고 판단된 신동빈 회장과 큰 차이가 없다.

신 회장은 70억원의 뇌물공여가 인정됐음에도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횡령 혐의 때문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전부 무죄로 판단한 이재용 부회장의 횡령 혐의를 뒤집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고인 이재용이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을 (최순실, 정유라에게) 뇌물로 제공하고 이를 위해 삼성전자의 자금을 사용했으므로 횡령했다고 보아야한다”고 판단했다.

같은 취지로 영재센터에 지원된 16억원에 대해서도 횡령으로 보아야 한다는 특별검사의 상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승마지원에 대해서는 삼성측이 최순실 등과 공모해 범죄사실을 숨기려 시도했기 때문에 범죄수익은닉죄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경법 제3조는 ‘횡령으로 인한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횡령 또는 배임 금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기본 4~7년의 실형에 처하고 ▲감경사유가 있을 경우 2년 6개월~ 5년 ▲가중처벌할 경우 5~ 8년의 실형에 처하도록 권고한다.

대법원은 ▲범행으로 인한 대가를 약속·수수한 경우 ▲지배권 강화나 기업 내 지위보전의 목적이 있는 경우 ▲횡령 범행인 경우를 가중처벌 사유로 본다.

대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존재했으며 부정한 청탁에 따른 뇌물공여가 있었다고 봤기 때문에 가중처벌 사유인 지배권 강화 목적에도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은 특검이 기소한 횡령금 상당액을 개인 돈으로 모두 삼성전자에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은 감경요소에 해당한다. 

기본형을 중심으로 가중요소의 숫자와 무게가 감경요인보다 우세한 상황이다. 

형법 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뇌물 공여 혐의만 보면 양형규정 상 이 부회장이 받을 수 있는 형은 최대 징역 2년이다. 집행유예 요건이 된다.

하지만 횡령 혐의를 추가할 경우엔 기본 4년에서 가중처벌 가능성이 있어 형법 상 집행유예 요건에 해당하기 힘들어진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 70억원대 뇌물공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에게 급여 지급 관련 횡령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또 황각규 부회장과 공모해 자본잠식 상태인 롯데피에스넷의 주식을 계열사인 코리아세븐, 롯데닷컴 등이 인수하도록 해 해당 회사에 손해를 가한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같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뇌물을 공여한 기업 총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과 다른 길을 걷게되는 이유다.

한 전관 출신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80억원대 횡령은 특경법상 집행유예가 나오기도 힘들고 양형기준을 따져봐도 실형이 유력하다”며 “이 부회장이 뇌물로는 법정구속을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횡령으로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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