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휴먼스의 취업규칙. 10월 2일부로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본 취업규칙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삭제돼 파견직 근로자도 휴먼스 본사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김성현 기자
포스코 휴먼스의 취업규칙. 10월 2일부로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본 취업규칙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삭제돼 파견직 근로자도 휴먼스 본사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김성현 기자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지난 19일 정식 노동조합으로 설립이 인정된 포스코휴먼스 노조가 사측이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방해하며 노조와해를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 휴먼스는 노조측이 노동조합법에 따른 전임자를 정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포스코케미칼 등 원청의 허가가 없었다며 이를 거부했다. 

노조는 사측이 노조 사무실 등을 확보하는 데도 협상을 거부해 사실상 노조 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최근에는 포스코휴먼스의 취업규칙을 개정해 파견근로자들이 이중으로 근무태도 등의 관리를 받게 됐다.

포스코 휴먼스의 파견근로 원청 중 한곳인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휴먼스 노조 위원장에게 ‘계약파기’ 등을 언급하며 노조를 해산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25일 포쓰저널이 입수한 포스코휴먼스 경영지원팀 그룹장과 휴먼스 노조 집행부의 대화록에 따르면 노조측이 “포스코케미칼 등으로 파견 나가 있는 노조 집행부가 노조 전임자가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자 사측은 “포스코케미칼 측에서 들은 말이 없다. 용인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포스코 휴먼스는 포스코가 90.30%지분을 가진 자회사다. 포항제철소, 포스코케미칼, 포스코건설, 포스코엠텍, 리스트포항공과대학, 포스코인재창조원, 포스코터미널 등 포스코 그룹 계열사들의 청소, 차량지원, 경리 등 업무를 대행한다.

포스코휴먼스 노조는 지난 19일 정식으로 노조 설립 허가가 났으며 26일부터는 정식 교섭단체로 인정된다.

노조는 그 동안 노조가 정식으로 설립되고 교섭단체로 인정됨에 따라 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노조 사무실과 전임자를 정하게 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해왔다.

녹취록에서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우리도 노무사랑 얘기해 봤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보자”며 노조의 요구를 거부했다.

노조 집행부가 최소한의 노조활동을 하기 위해 파견나가있는 일부 노조 집행부 임원을 본사로 배정해 달라고 한 요구 역시 “원청쪽의 허가가 필요하다”며 거절당했다.

노동조합법 24조는 ‘근로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에 ‘사용자는 전임자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도 기재됐다.

노조는 “휴먼스측이 포스코케미칼 등에 파견나가있는 집행부를 본사로 들이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노조활동을 막아 자연스럽게 와해되도록 하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휴먼스의 원청 회사 중 하나인 포스코케미칼 임원이 노조를 해산하라는 요구를 한 정황도 있다.

지난 18일 황재필 포스코 휴먼스 노조위원장과 포스코 케미칼 경영지원팀 상무 사이 대화를 보면 포스코케미칼 상무는 “우선 노조를 해산하고 본사와 얘기를 해봐라”며 "사측(포스코케미칼)이 휴먼스와 계약을 안해주면 어쩔거냐"며 노조 해산을 종용했다.

19일 포스코휴먼스 직책 보임자와 조합원과의 대화에서도 직책보임자는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 두 사람 회사가 사인을 안해주면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일보 후퇴해야 이보 전진하지 않겠냐”며 노조가입을 저지하려고 시도했다.

포스코 휴먼스 노조 조합원들은 전원이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포스코휴먼스와 매년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해야 한다.

직책보임자의 “사인을 안해준다”는 의미는 올해가 지나면 추가적인 계약을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해석된다.

같은 날 인천에서 근무하는 포스코휴먼스 파견직 근로자는 노조위원장에게 노조가입을 문의하며 "휴먼스 임원으로부터 노조가 설립되면 포스코 본사가 휴먼스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노조 가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노조는 포스코휴먼스가 노조와해를 위해 최근 취업규칙도 급히 개정했다고 주장했다.

포쓰저널이 입수한 포스코휴먼스 취업규칙을 보면 10월 2일 부로 기존에 취업규칙 제1조에 존재했던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본 취업규칙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문구가 삭제된다.

노조는 "이는 기존에 비정규직에게 적용하지 않았던 사내 규정을 노조 설립을 기점으로 정규직과 같은 잣대로 해고 사유 등을 적용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휴먼스 파견직 근로자들은 그 동안 파견나간 원청의 취업규칙을 따라왔다. 이제는 거기에 더해 휴먼스가 자체적으로 정한 취업규칙까지 이중으로 제재를 받게 됐다.

황재필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설립되자 포스코휴먼스가 갑자기 취업규칙을 개정했다. 이는 언제라도 조합원들을 해고할 수 있도록 빌미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합원들은 근무태도 등에서 원청 사업주와 휴먼스에서 이중으로 감시를 받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노조는 사측이 이 같은 행태를 계속한다면 향후 고용노동부 고발 등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포스코휴먼스 사측 입장을 듣기 위해 경영지원팀, 노사협력팀 등에 수 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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