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이 3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고 있다. 최 의장은 2015년 구 삼성물산 사장 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주도한 인물 중 한명이다. /사진=뉴시스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이 3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고 있다. 최 의장은 2015년 구 삼성물산 사장 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주도한 인물 중 한명이다. /사진=뉴시스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이 23일 오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국민연금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근거 문건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하게 연관된 두 회사의 합병 당시,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의 결정이 적절한 판단 근거를 바탕으로 했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날 압수수색에서는 구 삼성물산 건설이 기업가치를 낮추기 위해 고의적으로 실적을 축소·은폐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합병 당시 구 삼성물산 대표이사였던 최치훈 이사회 의장 등이 일차적인 타깃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 합병 후 통합 삼성물산 지분 17.08%를 보유하게 되면서 사실상 그룹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부터 삼성물산과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등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합병 비율이 조작됐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던 제일모직에 대해서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기업가치를 높게 책정하고, 구 삼성물산에 대해서는 실적을 고의로 축소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일성신약 등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제기한 주식매수가격 사건 항소심에서 법원은 ‘삼성물산의 의도적 기업가치 축소’ 주장을 일부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에서 삼성물산이 ▲주택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주택신규공급을 확대하지 않은 점 ▲대형 해외 수주 발표를 합병 이후로 미룬 점 ▲건설부문 공사 중 일부 성과를 삼성엔지니어링으로 변경한 점 등을 근거로 “구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이건희 등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됐을 수도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삼성물산이 합병 추진 과정에서 현금성 자산 1조7000억원 가량을 누락하고 자산평가에서 약 1조원 규모의 광업권을 사실상 제외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합병 당시 대표이사였던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과 경영지원실장이던 이영호 사장이 이 부분에도 관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성신약 등 옛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무효로 해달라며 제기한 합병 무효소송은 2017년 10월 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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