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휴먼스 황재필 노조위원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노조가입 권유 문자. 포스코 휴먼스는 해당 문자가 발송된 시기를 시작으로 직원들에게 '직장폐쇄'등을 언급하며 노조와해를 시작했다. /김성현 기자
포스코 휴먼스 황재필 노조위원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노조가입 권유 문자. 포스코 휴먼스는 해당 문자가 발송된 시기를 시작으로 직원들에게 '직장폐쇄'등을 언급하며 노조와해를 시작했다. /김성현 기자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포스코 본사가 자회사인 포스코 휴먼스의 노동조합 설립을 앞두고 노조와해 시도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포스코휴먼스는 포스코가 90.03%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다. 포스코 본사를 비롯한 포스코 전 계열사의 차량지원, 청소, 경리 등 업무를 대행하는 회사다.

18일 포쓰저널이 입수한 포스코 계열사의 차량지원 과장급 중간관리자와 포스코 휴먼스 노조 부위원장의 16일 통화내용을 보면, 중간관리자는 “지금 포스코 휴먼스 상무와 대화하고 오는 길이다. 포스코가 노조설립을 취소하는 조건으로 대화를 요구해왔다”며 “휴먼스는 힘이 없다. 사측이 너희들은 파견직인데 본사가 계약을 안 해주면 어쩔 것이냐고 말한다”고 사측이 노조 설립을 무마시키려 한다는 뜻을 전했다. 

당일 포스코 휴먼스는 경상북도 포항시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를 마친 상태였다.

포스코 계열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단독 노조가 설립됐으며 이달 19일에는 노조 설립 신고가 완료될 예정이다.

녹취록에서 포스코측 중간관리자는 “(16일 기준) 노조 설립 신고가 완료되려면 3일이 걸리니 그전에 취소를 하면 본사와 포스코 휴먼스 인사노무팀 등과 만나 요구사항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포스코 본사가 노조설립 취소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포스코 본사를 '고객사'라고 칭하며 "노조가 설립되면 고객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날 점심 김창학 포스코 휴먼스 사장과 노조와의 상견례 자리에서 김 대표는 "나는 직원들 편이다. 노조설립을 말리지 않겠다"며 "다만 고객사가 우리를 쓰지 않을 수도 있다. 뭉쳐야 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조측은 김 사장이 말한 '고객사'가 포스코 본사와 계열사들을 의미한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 포스코 휴먼스 노조 설립 준비위원단이 노조 가입 권유 문자를 직원들에게 돌리자 포스코 휴먼스가 노조 가입을 희망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협박을 한 정황도 나왔다.

포스코건설로 파견 나간 한 포스코 휴먼스 직원은 노조위원장과의 통화에서 “포스코 본사가 노조가 설립되면 차량사업 자체를 없애버리려 한다는 말을 휴먼스측에서 들었다. 노조 가입 시 재계약이 안될 수도 있다”며 노조 가입을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노조는 향후 사측의 노조대응 방안을 지켜본 후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휴먼스 노조는 당초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 노조 연합단체와 함께 노조를 출범하려고 했으나 추석 연휴 직전 회의를 통해 단독 노조 출범으로 결정했다.

다만 사측의 노조와해 정황이 드러난 만큼 향후 양대 노조 연합단체와 연계해 노조활동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포스코 휴먼스의 노조설립을 응원하고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향후 같이 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포스코 휴먼스의 노조설립에 맞춰 응원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자회사의 첫 노조설립이 거대 노조 연합단체와 만날 경우 포스코 계열사 사이에서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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