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시 중구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대신증권 경영진 규탄’ 기자회견에서 오병화 대신증권 지부장이 발언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오경선 기자.
25일 오후 서울시 중구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대신증권 경영진 규탄’ 기자회견에서 오병화 대신증권 지부장이 발언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오경선 기자.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대신증권(회장 이어룡)이 ‘업무상 교육’을 빌미로 저성과자 직원들을 공개적으로 망신주려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대신증권 노조)는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대신증권과 나재철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을 예정이다.

이번 사안이 사측의 노동 탄압과 연결된다고 노조가 주장하면서 이어룡(66) 회장과 그의 아들 양홍석(38) 사장 등 대신증권 오너 일가에 대한 비판도 일고있다.

이어룡 회장 모자는 지분율이 각각 1.95%, 7.79%이고,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쳐도 12.29%에 불과하지만 대신증권의 경영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사측은 법무법인으로부터 해당 사안에 대해 법리검토를 받은 결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증권 노조는 25일 오후 서울시 중구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 대신증권 경영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추진하는 `대신증권 자산관리(WM) 엑티브(Active) 프리젠테이션(PT)대회`가 노동자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해당 대회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해당 대회의 진상조사에 노조를 포함하라고 주장했다.

오병화 대신증권 지부장은 “PT대회에 참석을 요구받은 125명 직원 중에는 본사에서 영업점으로 나온 지 6개월 밖에 안된 직원과 전략적 성과관리 대상자가 포함돼 있다”며 “또한 지점장들이 아침 회의를 통해 PT대회 참가 선정 기준이 ▲오프라인 수익 ▲금융수익 ▲활동성 지표를 통해 선정된 125명이라고 말한 점, 교육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직원 참여를 강제했다는 점 등을 미뤄 볼때 해당 PT는 영업강화활동이 아니라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이 대회를 PT역량 향상과 고객관리·상품판매 우수사례 및 아이디어를 공유해 고객 상담능력 향상을 위한 직원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총 4차례에 걸쳐 전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무금융노조 김현정 위원장은 “대신증권은 125명의 직원 명단을 특정해서 공개하고, 노조가 문제 제기하자 (PT대회를) 전 직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며 “125명에서 전체직원으로 확대했다는 것은 사측이 직장내 괴롭힘을 인정한 것이다. 전 직원으로 확대된다고 해서 125명에 대한 괴롭힘과 모욕감, 인격모독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대신증권 사측이 노조와 노동자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노조는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무금융노조는 이번 사안이 사측의 노동자 탄압과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김호열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대신증권은 저성과자라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매도했던 직원을 상대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에 대한 반발로 대신증권 노조가 결성됐다”며 “대신증권 자본은 노조 파괴와 노동자 인권유린으로 악랄한 ‘창조컨설팅’과 자문계약을 맺고 전략적 프로그램 도입하고 노조가 설립되자 노조 설립 지부장을 해고하고 복수노조 설립해서 노조를 와해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PT대회는 한번의 일탈 행위가 아니며, 그 기저에는 대신증권 자본이 노동자를 관리해 온 천박한 노무관리 문화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2월 회사 명예 훼손, 기밀문서 유출 등 혐의로 부당 해고됐던 이남현 전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 지부장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38개월만에 복직했다.

대신증권은 2014년 1월 노조가 출범하자 이 전 지부장을 허위사실 유포, 기밀유출, 사내질서문란, 업무 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해고했다. 당시 이 전 지부장에게 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017년 서울 명동 대신파이낸스센터 준공 기념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오른쪽은 양홍섭 대신증권 사장./자료사진.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017년 서울 명동 대신파이낸스센터 준공 기념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오른쪽은 양홍섭 대신증권 사장./자료사진.

일각에서는 이같은 노동 탄압이 오너일가의 경영방침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창업주 고(故) 양재봉 회장의 손자인 양홍석 씨가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어룡 회장은 양홍석 사장의 어머니이다. 

대신증권은 노조 설립자 중 한명인 이남현 전 노조위원장을 해고한 뒤 지난해말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기도 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해당 대회는 2014년부터 지원자에 한해 시행하고 있던 일상적인 연수프로그램이다. 125명은 4차 대회 중 1차 명단”이라며 “해당 명단에는 저성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장급부터 사원까지 전 직급 우수자들도 구분없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의 고용노동부 고발에 대해서는 “법무법인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해당될 여지가 없다는 답변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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