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관계자 등이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김지훈 기자
15일 배달 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관계자 등이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김지훈 기자

[포쓰저널=김지훈 기자] 치킨, 피자 등 배달노동자(이하 라이더)들이 힘겨운 삶을 호소하고 있다.

직업상 필수불가결한 이륜차(오토바이)의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20대 초보인 경우 연간 보험료가 최대 1800만원까지 나온다고 한다.

16일 기자가 직접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 가입을 시도해본 결과 라이더들의 호소는 거의 사실이었다. 

가입자 개인정보를 '32세 남자, 운전경력·사고내역 없음, 모든 연령 운전 가능, 차종 혼다 CT110 125cc 2019년식'으로 하고, 오토바이 손해보험료를 알아봤다.

이 경우 라이더들이 많이 가입하는 유상 운송종합보험(대인1/대인2/대물2천만원 보장) 연간 보험료는 ▲ 삼성화재 다이렉트의 경우 707만4060원 ▲ DB손해보험 다이렉트는 674만5910원  ▲ KB손해보험 다이렉트는 881만1740원 으로 나왔다.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는 이륜차 관련 다이렉트 상품은 없고 보험설계사를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했다.

동일 조건으로 문의해본 결과, 책임보험(대인1/대물2천만원) 보험료가 ▲현대해상 985만3480원 ▲ 메리츠화재 369만8540원 ▲ 한화손보는 509만9000원으로 계산됐다.

라이더가 부담해야 하는 유상보험의 보험료는 웬만한 슈퍼카 보험료를 웃도는 수준인 셈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오토바이 보험은 크게 영업용과 개인 출퇴근용으로 나뉜다.

영업용은 가게 주인이 사들여서 사용하는 비유상운송보험과 퀵·배달 대행 기사들이 사용하는 유상운송보험으로 구분된다.

비유상보험은 연간 보험료가 100만~200만원이다. 배달원이 가게에 고용돼 배달 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가게 사장이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다.

배달 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15일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 앞에서 ‘오토바이 배달원들의 배달보험료 현실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라이더들은 가게 소속 배달원들과 달라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해야 사고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데, 유상운송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비싸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대인1, 대인2, 대물 2000만원 등 최소한의 책임보험에 가입해도 보장금액의 한도가 초과하면 보험사의 손해배상청구와 벌금을 배달원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자기신체와 자기차량손해에 가입돼 있지 않은 라이더가 사고가 나면 수리비를 스스로 물려줘야 한다. 이 탓에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는 상황이된다는 것이다.

라이더유니온이 지난 5~6월에 걸쳐 진행한 배달 노동자들의 보험가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 49명 중 61.7%가 유상운송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들 중 93.7%가 '보험료가 너무 높아서'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높은 보험료는 배달원들의 월 오토바이 리스비에도 영향을 준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배달원들은 한 달에 리스비로 월 60만원(연간 720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배달원들의 한 달 평균 수입 200만원에서 60만원이 고정비로 지출되는 셈이다. 생계비를 벌기 위해선 배달 건수를 올릴 수 밖에 없고 결국 배달 사고 위험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손보 업계는 높은 손해율 탓에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를 높게 책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이륜차가 '위험하다'는 것은 사실 통념일 뿐 정확한 실증적 근거는 찾기 힘든 가설이다"며 "그런데도 손해보험사들은 이런 사회적 인식을 빌미로 보험료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거나 아예 종합보험 가입을 꺼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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