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남 박사.
김학남 박사.

[포쓰저널] 요즘 저출산은 국가적 재앙일 정도로 큰 문제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출산율이 최저이다 보니 국가에서도 저출산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저출산과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불임과 난임이다.

날로 증가하는 불임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미국에서 활동하는 체외수정 전문가인 김학남 박사를 만나 체외수정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학남 박사는 특이한 경력을 가진 전문가다. 원래 한국에서는 서울시립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수의사였다. 해군 수의장교(식품검사관)생활을 하면서 제대를 앞두고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대학원에 합격해 공부를 했는데 당시 같은 지도교수 밑에 황우석 박사도 있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단 한명을 뽑는 벨기에 정부 국비장학생 모집에 응모해 합격을 했고 1982년 초에 벨기에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 그곳에서 많은 임상실험훈련을 받을 기회를 가졌다.

그 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LSU)에서 수정란학(Embryology) 전공으로 동물학 박사학위(Ph.D. in Animal Science)를 받았다. 흥미로운 것은 박사학위 취득 후 전공인 소의 체외수정란연구를 한 것이 아니라 불임부부의 체외수정분야에서 임상과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십년 전 부터는 LA 인근 토렌스의 불임센터(University Fertility Center)에서 체외수정 시술실의 책임을 맡은 실장으로 현재까지 활약하고 있다. 그동안 계속된 연구와 실적 덕분에 LA 인근 지역은 물론 중국 등지에서도 불임부부들이 줄을 이어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그의 성공 뒤에는 나이를 뛰어넘는 열정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혁신적 사고가 항상 있었다.

체외수정 임신 및 출산의 성공률을 공개하는 미국병원

미국에서 시험관아기 전문의(Reproductive Endocrinologist)가 되려면 관문이 매우 까다롭다. 산부인과 전문의 수련을 마치고 2년 동안 추가로 펠로우쉽을 한 후에야 시험관 아기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이 시험은 통과하기가 쉽지 않아 악명이 높다. 그리고 김 박사와 같은 체외수정 시술실장이 되려면 미국에서는 반드시 미국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 또한 불임클리닉에서 2년 이상 일한 경력이 필요하고 자격시험(Board Exam)을 통과해야하는데 수정란학, 정자학, 시술실 관리 규정등 세 가지 시험을 봐야한다.

김 박사는 1995년에 이 시험을 통과했다. 정확한 영문 자격명칭은 HCLD(Hgh Complexity Clinical Laboratory Director)다. 미국에서 시험관 아기 시술실은 미국 정부의 엄격한 검증을 통해 인가를 받아야 한다. 공인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시술실장은 학회를 2년마다 참석해 일정 학점을 이수해야한다. 정부가 감사를 실제로 나와서 이러한 사항을 철저하게 점검한다. 특히 체외수정 성공률은 공개를 해야 한다. 사실 여부 감사도 받는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들은 불임치료 병원이나 의사의 체외수정 성공률을 모른다. 공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 및 예방센터(CDC) 웹사이트에 보조생식기술(補助生殖技術, ART: 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관련 통계가 공개되는데 이 통계에는 한마디로 불임치료병원에게 꼼짝 마라 할 정도로 투명하게 각종 정보가 포함돼 있다. 매년 정보가 업데이트 되는데 정리와 검증을 거쳐 체외수정결과는 보통 3년 정도 후에 공시가 된다.

예를 들면 2019년도에 엄마의 아기집에 수정란을 이식하면 2020년에 아기가 태어난다. 2020년 말까지 2019년에 시행한 결과 데이터를 보고해야 하고, 정부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면 2021년 말쯤에 2019년 데이터가 나온다.

데이터에는 시술한 환자, 태어난 아기, 이식한 수정란과 냉동수정란의 숫자가 나온다. 누구든지 CDC의 홈페이지에 가 보면 2015년 통계가 올라와 있다. 여기를 보면 김 박사의 체외수정 시술실의 환자 수는 276명, 태어난 아기는 103명이다.

그래서 누구든지 김 박사의 체외수정으로 아기가 태어나는 출산율은 37%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베벌리 힐스나 레돈도 비치에 있는 유명한 불임치료 센터는 아기가 태어나는 출산율이 20%에 불과하다.

김 박사는 최근에 획기적인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염색체검사와 배양 방법을 도입했더니 성공비율이 괄목할 만하게 증가했다.

새로운 방법으로 체외수정 성공률을 높이다

김 박사가 시도한 새로운 기술은 결과만 들어보면 아주 간단한 것 같아 보이지만, 아직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방법인데 그것은 체외 수정된 수정란의 염색체 검사 날짜를 하루 단축하는 것이다. 체외수정의 경우 환자가 원하면 염색체 검사를 한다. 수정란의 성별검사는 기본이고 장애여부, 기타 유전자 이상여부 등등 각종 핵심 정보를 검사하므로 거의 필수 절차 중의 하나다.

보통은 수정란이 5일 째 되는 날 수정란에서 여러 개의 세포를 떼어내서 검사하고 바로 얼린다. 염색체 검사 결과는 이틀 후에 나온다. 하지만 세포를 여러 개 떼어내는 것이 수정란에게는 충격을 줄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충격이 너무 큰 경우 임신이 잘 안 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2년 전부터 김 박사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즉 체외수정 후 5일째 하던 실험을 하루 단축해 4일째 될 때 염색체 검사를 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시도에 대한 주변의 반대가 많았다. 너무 무모하다고 같이 일하는 의사들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김 박사를 말렸다.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김 박사는 마침내 이들을 설득했고 드디어 5일째에서 4일째로 단축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4일째 되는 날은 수정 후 분열된 세포수가 16~32개 정도 되는데, 거의 균일한 세포라서 단 하나의 세포만 떼어내 검사를 하면 수정란 전체가 정상인지 아닌지 알 수가 있다는 점이 이 기술의 포인트였다. 이 분야에서 30년을 경험한 노련한 김 박사의 뇌리에는 무리하게 여러 세포를 떼어 검사하는 것보다 단 하나의 세포를 떼어 검사를 하면, 수정란이 받는 스트레스와 고통이 미미하기 때문에 임신성공률이 높을 것이라는 확신과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밀어붙였던 것이었다.

결과는 엄청났다. 임신 성공률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2018년 염색체 검사후의 임신 성공률은 52%이고 2019년 현재까지 염색체 검사 완료한 냉동 수정란의 임신성공률은 82%로 올라갔다. 처음에 반대하던 의사들도 이 믿기 어려운 결과에 깜짝 놀라고 있다. 지금 김 박사는 수정란 검사기간을 단축한 기법을 소개하는 논문을 학회에서 발표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여러 의사들과 병원에서 기술지원 요청도 오고 있다고 한다.

그에게 한국의 미혼여성에게 회자되고 있는 난자 냉동이 효과가 있을까하고 질문했다. 수정란은 10년까지도 얼려서 임신이 가능하지만 얼린 난자로 체외수정을 하고 아기가 태어나게 하는 방법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불임부부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명상과 평화

평소에 병원을 찾아 온 불임부부들에게 무슨 조언을 해주냐고 물어보았다. 뜻밖의 답변을 한다. “명상입니다. 부부가 함께 하는 명상이 특효약이에요.”

그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부처님이 돌아가시면서 하신 명상에 대한 말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명상 수행을 해라.” 부처님은 명상 수행이 "생명을 정화시키고, 몸과 마음의 고통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생명을 지키려면 자기 몸의 물을 맑게 하는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하는데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못해요. 몸과 마음을 맑게 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명상을 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잘 유지해야 해요.”

수정란학 박사가 건네는 조언이 명상이라니 무슨 의미일까? 명상수행은 쉽게 말해서 자기 배에 손을 얹고 배의 올라감과 내려감을 느끼는 건데 이것의 의미는 걱정거리에서 자기의 관심을 내려놓고 자기 생명을 느끼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자기 우주의 중심으로 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태풍 속에서 태풍의 눈을 찾는 것과 같으며 이렇게 하는 것은 엄마의 생명은 물론 아기집에서 자라는 아기의 생명을 세상의 태풍으로 부터 보호할 수 있는 최상의 방편이라고 김 박사는 말한다.

“현대인에게 가장 큰 불임의 원인은 스트레스죠. 암에 걸렸다 하더라도 방사능요법이나 약물 화학요법뿐만 아니라, 균형 잡힌 식사와 마음의 평화로 몸의 물을 맑게 하면 암세포가 자라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명상이야말로 생명의 동아줄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명상을 할 때는 남편도 함께하면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기 엄마의 심리에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하면 몸이 맑아지게 돼요.” 그래서 환자들에게는 몇 년 전부터 명상을 가르치고 명상 수행을 환자들에게 시킨다. 명상의 필요성에 대한 그의 주장은 신념처럼 강했다.

오늘도 김 박사는 시술실에서 묵묵히 생명을 탄생시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하면서 보다 나은 기술을 개발해 불임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한다. “불임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나중에 태어난 아기들을 데리고 찾아오면 너무나 예쁘고 보람 있습니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필자 :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 세계여성이사협회 이사

- bslee88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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