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 증거인멸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정현호(59)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사장이 17시간의 검찰 조사를 받고 12일 새벽 일단 귀가조치 됐다. 

정 사장은 검찰조사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관련 사안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고한 적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정 사장이 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작업의 정점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 사장이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기존 구속된 삼성 임원들의 진술과 2015년 5월 10일 승지원회의 등 정황을 종합해 혐의 내용을 정리한 뒤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이 정 사장의 신병 처리 방향을 확정하는대로 이재용 부회장도 소환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승지원 회의 등을 통해 바이오 분식회계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보고 받고 승인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정현호 사장은 이날 오전 2시 30분쯤 서울 서초동 검찰 청사를 빠져나왔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하지 않았다. 앞서 정 사장은 11일 오전 8시 50분쯤 비공개로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정 사장에게 삼성 그룹 차원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관련 증거 인멸작업에 대해 캐물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5일 삼성 고위 임원들이 참석한 ‘어린이 날 회의’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회의 이후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는 백상현 상무 등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임원들 주도 하에 재무팀 공용서버를 공장 바닥에 파묻거나 직원 집에 숨기고 임직원들의 노트북과 휴대폰에서 ‘JY’ ‘합병’ '오로라' 등 승계 관련 단어가 포함된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사장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2월 전격 해체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후신 격으로 출범 당시 부터 '미니 미전실'이라고 평가됐다. 

계열사간 사업조정 등을 외형상 내세우지만 사실상 삼성 오너 일가 관련 사안을 전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호 사장은 옛 미전실 당시에도 인사팀장 등 핵심 보직을 맡았으며, 1990년대 미국 하버드대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동문 수학하는 등 현 삼성그룹의 사실상 2인자 위상을 갖고 있다. 

검찰은 정 사장이 증거인멸에 대해 직접 총괄해 지시하고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한 분식회계 증거인멸에 관여한 이들이 분식회계 자체에도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당시 상황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이왕익 부사장 등 삼성전자 임원만 5명, 바이오 계열사까지 합치면 총 8명의 임직원이 구속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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