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제일모직과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대표이사 사장이었던 최치훈 현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사진)과 당시 경영지원실장 겸 등기이사로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이영호 현 삼성물산 건설부분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대표이사 사장이었던 최치훈 현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사진) 등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최대한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어내기 위해 구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깍아내린 혐의를 받는다.

[포쓰저널=오경선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을 캐고 있는 검찰 수사가 증거인멸을 넘어 2015년 7월 합병을 전후한 시기에 진행된 분식회계 등 기업가치 조작의 전모를 밝히는 '본 게임'에 접어들고 있다. 

관련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12일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사장에 대한 1차 소환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의혹 수사는 큰 고비를 넘겼다.

정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조사 문제가 남아있지만 증거인멸 관련 실무 수사는 일단락 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수2부 인력의 상당 부분은 기존에도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자체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 저평가 의혹 등 이번 사건의 '몸통' 부분에 투입돼 관련 조사를 벌여왔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옛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히기 위한 작업인 반면, 다른 한편인 옛 삼성물산의 경우엔 기업가치를 깍아내린 의혹을 받는다.

합병 후 법인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을 최대한 높이려는 목적에서 벌인 작업이다. 이 부회장이 에버랜드를 흡수한 제일모직의  주식은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삼성물산엔 지분이 거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합병 후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 17.08%를 확보하며 순식간에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지위에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주식 5.01%와 삼성생명 주식 19.34%를 보유하고 있는 영향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의 3세 승계가 사실상 일단락됐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후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총수(동일인)를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검찰이 우선 살피고 있는 것은 기업가치 조작의 결과물인 합병 당시 주가와 합병비율의 문제점이다.

이와 관련해선 관련 재판이 이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일성신약 등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합병 당시 주식매수청구가격이 낮다며 상향 조정해달라고 낸 소송이다. 

2심 재판부는 이들 주주의 주장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판결했다. 삼성물산의 반발로 해당 사건은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대법원 판결도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주목하는 이는 2015년 합병 당시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이었던 최치훈 현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과 이영호 현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다.

이영호 사장은 합병 당시 삼성물산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 겸 경영기획실장(부사장)으로, 합병 작업에 깊숙히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들이 당시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핵심부와 함께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일련의 작업에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이 사장은 2015년 합병 당시 구 삼성물산 경영기획실장 부사장으로 합병비율 산정 등에 깊숙히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이 사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의 합병 당시 구 삼성물산 경영기획실장 부사장으로 합병 작업에 깊숙히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일성신약 등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식매수가격 사건 항소심에서 합병 당시 삼성물산이 제시한 주식매수가가 낮게 책정됐다며, 5만7234원이던 기존 매수가를 6만6602원으로 올리라고 결정했다.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구 삼성물산의 ‘의도적 기업가치 축소’ 주장에 대해 일부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에 “구 삼성물산 주가가 낮게 형성될수록 이건희 등의 이익이 커지고, 이건희 등이 구 삼성물산의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과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동일인(이건희)에 의한 기업집단 내 회사(삼성물산)의 사업내용에 대한 사실상 지배는 그 성질상 구체적인 지배력 행사 과정 등에 대한 뚜렷한 흔적이 남기 어렵다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구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이건희 등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여기서 '이건희 등'은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하는 총수 일가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삼성물산이 ▲주택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주택신규공급을 확대하지 않은 점 ▲대형 해외 수주 발표를 합병 이후로 미룬 점 ▲공사 중 일부를 삼성엔지니어링으로 변경한 점 등을 실적 부진이 의도됐다는 의혹에 대한 객관적 근거로 들었다.

구 삼성물산은 합병 이사회 결의일 전인 2015년 5월 13일 2조원 규모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의 제한착수지시서(LNTP, Limited Notice to Proceed)를 받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합병 주총 이후인 그해 7월28일 낙찰통지서(LOA, Letter of Award)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재판부는 또 2015년 구 삼성물산의 지분 11.43%를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공단의 주식 매도가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사회결의일 전까지 지속적으로 제일모직 지분을 매각했다가, 합병비율이 공시된 후 다시 매수했다.

국민연금이 합병 전 삼성물산 주식을 많이 보유한 상태여서 굳이 매도세를 키울 이유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배임행위에 가까운 거래를 한 셈이다.

재판부는 “합병 법인의 지분을 계속 보유하려는 주주라면 이 기간에 상대적으로 주가가 상승한 구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하고 상대적으로 주가가 하락한 제일모직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일반적인 투자 원칙에 부합한다”며 “그러나 국민연금은 반대로 구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고, 제일모직 주식을 매도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합병 추진 과정에 구 삼성물산의 현금성자산 1조7000억원이 기업가치 평가에서 누락된 부분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 기업가치를 낮추기 위해 평가를 담당했던 회계법인과 당시 삼성물산 경영진과의 사전 논의가 이뤄졌는 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검찰은 당시 대표이사였던 최치훈 이사장과 경영지원실장이던 이영호 사장이 이 부분에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전·현직 사장들의 검찰조사와 관련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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