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김성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4조5천억대 회계사기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이 분식회계 증거은닉을 인지한 것은 물론 분식회계 자체에도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 관련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직접 수사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 은닉 등과 관련해 검찰에 출두한 다수의 삼성 임직원들은 이번 일이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증거인멸을 주도한 걸 사실상 확인한 상태다. 사업지원TF의 수장인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은 옛 미래전략실 시절부터 그룹 핵심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가 은닉했던 공용서버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미국 바이오젠 인사와 콜옵션 등과 관련해 통화한 육성파일 등을 포렌식을 통해 일부 복구한 상태다. 

검찰은 문무일 검찰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 하순 전에는 관련 수사를 끝낸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및 삼성에피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분식회계 관련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증거인멸 건을 타고 가다보면 분식회계 주범들도 자연스레 노출될 것이라는 게 검찰의 생각이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혐의로 그동안 구속영장 청구 이상의 형사처분을 받은 삼성전자 및 바이오 계열사 임직원은 10명에 달한다.

지난달 24일 삼성바이오 보안담당 안모 대리가 회계팀 공용서버를 송도공장 바닥에 파묻는데 관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같은 달 25일에는 김홍경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부사장과 박문호 인사팀 부사장이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구속됐다.

사흘 뒤인 28일엔 백상현 사업지원 TF 상무와 서보철 보안선진화 TF 상무가 증거인멸 실무 책임자로 찍혀 구속기소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는 증거인멸 혐의로 지난달 17일 구속기소됐다.

안중현 삼성전자 사업지원 TF부사장과 이왕익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에게는 지난달 30일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안 부사장 등은 지난해 5월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을 논의하고 이의 실행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삼성에피스의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사로부터 지분을 되사오려는 이른바 '오로라 프로젝트'의 존재도 드러났다.

오로라 프로젝트는 삼성그룹 내에서도 극히 일부 수뇌부들만 공유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재용 부회장도 오로라 프로젝트를 인지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이 이를 확증하면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에도 직접 관련됐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삼성은 2015년 7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까지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사실 자체를 공시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 김태한 대표에게도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김 사장은 당시 영장실질심사에서 공용서버의 공장 바닥 매몰 등  증거인멸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주도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조만간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이재용 부회장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들 두 사람에 대한 조사에서는 증거인멸 혐의를 넘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와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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