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신세계면세점(서울 명동 소재)에 찾은 따이공(중국보따리상인)들이 면세품을 싹쓸이 하고 있다. /사진=임창열 기자
2일 오전 9시 20분쯤 서울 명동 신세계면세점을 찾은 따이공(중국보따리상인)들이 면세품을 싹쓸이 하고 있다. /사진=임창열 기자

[포쓰저널=임창열 기자] "따이공들은 구르마(캐리어)를 끌고 다니면서 면세품 화장품만 쏙 빼가고 다른 건 아무것도 사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일반 중국인들이 관광오면 뭐라도 하나씩 사갔는데...따이공들 하나도 안 사간다. 면세점 운영으로 무슨 주변 상권이 활성화 되나. 나 같은 주변 상인은 죽을 맛이다." (2일 서울 명동 신세계면제점 주변 상인)

"따이공들은 면세품만 쏙 빼간다. 일반 시민들은 왔다 간 줄도 모른다. 면세점 화장품 파는데만 오지 다른데는 도통 가질 않는다. 면세품 쇼핑 후에 면세점 정문과 뒤에 대기하는 버스를 타고 바로 가버린다. 면세점만 좋지 주변 상권은 다 죽었어..." (4일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 주변 상인)

국내 몇몇 대형 면세점이 중국 보따리상인(따이공, 代工) 들의 '싹쓸이 쇼핑'을 사실상 방조하면서 관광객 유치라는 면세점 본연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

면세점 업체들이 관광객 유치에 의한 지역 상권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면세품 판매의 특허(운영허가)를 받았음에도, 매출을 올리기 위해 관광객이 아닌 따이공 매출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면세점들이 현지 여행업체에 거액의 인센티브를 주고 따이공들의 유입을 적극 조장, 자신들의 배만 불리며 면세점 운영의 취지를 몰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오전 8시쯤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신세계 면세점 앞. 개점 시간이 오전 9시임에도 따이공들이 면세점 입구에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해 길게 줄을 이뤘다.

면세점을 찾은 손님들 대부분은 따이공들로 관광객으로 보이는 손님이나 한국인은 찾기 어려웠다. 

2일 따이공들이 한정된 면세품을 싹쓸이 하려 신세계 면세점에 우선 입장하기 위해 순번대기표에 따라 입장하고 있다. /사진=임창열 기자
2일 오전 8시쯤 수십명의 따이공들이 서울 명동 신세계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해 순번 대기표를 받고 줄 서 있다. /사진=임창열 기자

면세점을 찾은 따이공들은 군집을 이뤄 한팀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현장 직원에게 문의한 결과 이들은 여행사를 통해 면세점을 찾아 왔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우선 입장표를 가진 중국인들만이 우선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우선 입장표가 있는 중국인들은 먼저 면세점 입구 바로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우선입장표가 없는 기자와 중국인들은 신세계 본점 건물 복도에 마련된 다른 대기 라인에서 줄을 서야만 했다.

현장 직원은 "순번이 매겨진 우선입장표 순서로 입장하게 된다. 우선입장표가 없으면 복도 라인에서 줄서서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이 표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선입장표는 중국인들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전날 표를 발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이공들은 한정된 면세품의 물량으로 인해, 밤샘 대기를 하는 것이 일상이다.

신세계면세점은 따이공들의 밤샘 대기를 없애기 위해 우선입장표를 나눠주고 있었다. 전날 입장 순번이 적힌 우선입장표를 나눠주고 오후에 무작위 추첨으로 입장순서를 선별하는 방식이다.

2일 한 따이공이 신세계면세점에서 무작위 추첨에 의해 개인들에게 제공한 우선입장표를 매매하고 있다. /사진=임창열 기자
2일 오전 8시쯤 한 따이공이 서울 명동 신세계면세점에서 무작위 추첨에 의해 나눠 준 우선입장표를 매매하고 있다. /사진=임창열 기자

대기줄에서는 따이공들이 신세계에서 제공한 우선입장표를 매매하기도 했다.

기자가 우선입장표를 팔고 있는 따이공에게 “이 티켓(우선입장표) 파는 건가?”라고 물으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섯손가락과 지폐를 들어올리며 "오완(5위안), 오완"이라며 티켓 가격을 흥정했다. 사지 않겠다고 하니 4완, 3완, 2완 까지 가격을 내리며 티켓 구매가를 낮춰 불렀다.

우선입장표가 있는 따이공들이 먼저 입장한 후 면세점에 입장하자 이번에는 인기 판매 부스에서 ‘구입표’을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 서 있다. 

2일 오전 9시 20분 서울 명동 신세계면세점을 찾은 한 따이공이 한정된 물량의 면세품을 살 수 있는 '구입표'를 교부받고 무슨 이유인지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임창열 기자
2일 오전 9시 20분 서울 명동 신세계면세점을 찾은 한 따이공이 한정된 물량의 면세품을 살 수 있는 '구입표'를 교부받고 무슨 이유인지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임창열 기자

현장 직원은 매장에 물건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선착순으로 오는 손님에게만 ‘구입표’를 나눠주고 있고 이 표를 갖고 있는 손님만이 남은 수량의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직원은 "해당 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한다. 면세품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구별하지 않고 표를 가진 손님만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한국인이라도 구매표가 없으면 구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는 따이공들의 우선순위에 밀려 해당 제품의 '구매표'를 받을 수 없었다.

따이공들이 구입한 면세품은 사람이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면세점 한편 공간을 꽉 채우고 있었다.

2일 신세계면세점에서 중국 현지 여행업체 직원(맨앞 오른쪽)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따이공이 구매한 면세품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임창열 기자
2일 오전 9시20분쯤 서울 명동 신세계면세점에서 중국 여행업체 직원(맨앞 오른쪽)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따이공이 구매한 면세품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임창열 기자

4일 오전 찾은 서울 동대문 소재 두타면세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타면세점은 오전 10시 30분부터 개점하지만 오전 10시쯤부터 면세점에서 마련한 대기라인을 따이공들이 채우고 있었다.

4일 따이공들이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에 우선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임창열 기자
4일 오전 10시쯤 따이공들이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사진=임창열 기자

반면 두타면세점과 연결된 지하상가 쇼핑센터는 썰렁할 정도로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려워 대조를 이뤘다.

4일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과 연결된 지하 상가는 따이공은 물론 사람이 분비지 않아 면세점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사진=임창열 기자
4일 오전 10시 15분 쯤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과 연결된 지하 상가의  한산한 모습. 당일 아침 시간 따이공들로 붐비던 면세점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사진=임창열 기자

개점시간 이후 면세점에 입장한 따이공들은 화장품을 먼저 구매하려 달려갔다. 특히 한국 화장품이 인기가 많았는데 Dr. Jart(닥터 자르트)나 JM solution(제이엠솔류션)같은 브랜드다. 관광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아모레 설화수 화장품은 따이공들에게는 인기가 없었다.

이들은 화장품을 대량으로 구입한 후 부피를 줄이기 위해 겉포장을 제거한 후 준비한 캐리어에 정신없이 담았다.

4일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에서 따이공들이 부피를 줄이기 위해 자신들이 대량으로 구입한 한국 화장품의 포장을 제거해 캐리어에 담고 있다. /사진=임창열 기자
4일 오전 10시 50분쯤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에서 따이공들이 짐 부피를 줄이기 위해 화장품 포장을 벗겨내 캐리어에 따로 담고 있다. /사진=임창열 기자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전체 면세점 매출액은 14억9597만 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3억1698만 달러가 늘었다. 지난 7월 매출액은 13억4300만 달러로 동월대비 36.7%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따이공의 유입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에서 차지하는 매출은 따이공이 차지하는 부분이 굉장히 크다. 올해 따이공들에 의한 매출은 전년보다 훨씬 증가했다"고 말했다.

면세점 영업은 국가가 지역 상권 활성화, 무역활동 증진 등 특수한 목적을 이루고자 소수 업체에 면세된 물건을 팔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공정하게 과세를 부과해야 하는 국가가 지역 발전 등을 위해 아주 예외적으로 소수의 업체를 선별해 영업허가(특허)를 내주는 방식이다.

특히 국가가 소수 특정 업체에 시내면세점을 운영하도록 허가(특허)를 내주는 이유는 관광객 유입에 의한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이유다.

이는 관세법 시행령 제192조의3(보세판매장 특허의 신청자격과 심사 시 평가기준)에서도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192조의5 제4호에 따라 면세점 특허의 선정기준을 정해 공고해야 한다. 관세청에서 정한 선정기준으로는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 △운영인의 경영 능력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기업활동 등이다.

주요 평가요소로는 ‘관광상품 개발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기업활동’,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 및 국가·지차체와의 협력 활동’ 등이다.

이에 따라 경영 능력이 있으면서 관광객 유치에 의한 지역 발전에 이바지 하고자 하는 기업이 예외적으로 면세점 운영 허가를 받게 된다.

면세점 운영을 특허 받은 소수의 대기업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따이공 등 비관광객들의 매출에 혈안이 된 것은 본래 운영 취지를 몰각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업체들은 중국여행사와 협력해 면세점으로 보따리 상인들을 유입시키면 해당 업체에 수수료를 주고 있다. 예를 들면 면세점 업체가 중국 현지 여행업체에 '우리 면세점 오면 수수료 얼마 줄께'라는 식으로(알선해) 데려오는 것이다"고 말했다.

관광객 유치로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지 않고 따이공 유입에 혈안이 된 대기업 면세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선 특혜 논란을 사고 있는 면세점의 특허발급 제도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선정의 기준이나 방식에 문제가 있다. 평가 점수를 만들어 업체를 평가해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특허를 받은 업체는 수수료만 조금 내면 사업권을 나눠받고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런 선정방식보다는 대기업군과 중소기업군으로 각각 나눠서 수수료 가격경쟁을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에서 면세점 업계를 독식하고 있고 이들이 관광업체와 협력해 그런(따이공의 유입을 부추기는) 식으로 함으로서 매출을 더 쉽게 가져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 8월 기준 대기업 면세점 매출액은 9조6714억으로 전체 면세점 매출액의 99.14%를 차지, 독과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텍스프리샵처럼 소형 사후면세점 수를 늘려 소상공인에게도 관광객 유입의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정책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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