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 리라화 환율 추이./자료=이베스트투자증권

[포쓰저널=김현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이 이번엔 터키를 겨냥했다. 

기습공격을 받은 터키 금융시장은 일시에 휘청거렸다. 리라화 환율은 10일 한때 20% 이상 치솟았다.  터키의 외환위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오후 9시47분(한국시간) 트위트에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기존 대비 두배로 올리도록 했다고 썼다.

그는 "아주 강한 달러에 비해 터키 라라화의 가치는 급락하고 있는 만큼 터키 산 철강에 대한 관세는 50%로, 알루미늄은 20%로 올리기로 했다"면서 "우리와 터키의 관계는 지금 좋지 않다"고 했다.

이 영향으로 터키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뉴욕 증시 주요지수들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0.77%,  S&P500 지수는 0.71%,  나스닥 지수는 0.67% 하락마감했다.

미국과 터키의 마찰이 빠른 시일안에 해결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BBC는 전했다. 

리시프 타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에게 달러가 있다면 우리에겐 터키 국민과 신이 있다"면서 "미국이 적대 정책을 지속하면 새로운 동맹을 찾아나설 수도 있다고 반격했다. 

터키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 미국과는 군사적 동맹관계다.

미국과 터키의 최근 마찰은 터키가 러시아산 S-400 지대공 미사일 도입을 시도하면서 촉발됐다.  미국은 터키 정부가 러시아 미사일 대신 자국산 페트리어트 미사일을 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록히드 마틴이 터키에  F-35 전투기를 파는 것도 막았다. 터키가 F-35의 특장점이나 취약점을 적국인 러시아에 흘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터키 정부가 미국인 목사 앤드류 브런스를 쿠데타 가담 등의 혐의로 억류한 것도 미국 정부를 자극했다.

▲ /트럼프 공식 트위터

시장은 터키가 실제로 외환위기 상태로 빠져들 것인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터키 경제는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높은 단기외채 비율 등 구조적인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에 따르면 올해 터키가 상환해야 할 부채는 2300억달러(한화 약 250조)로 추산되는데 터키의 외환보유액은 730억달러(한화 약 82조원)에 불과하다.

외채 상환능력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소 안전기준에도 미치 못하는 수준이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시장의 불신요인 중 하나다. 그는 최근 시중은행들에 저금리 대출을 압박하는 등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까지 개입했다. 리라화 폭락을 촉발하고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주범이 다름아닌 에르도안 대통령이라는 비난이 일 정도라고 BBC는 전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터키의 소비·세수 정책 미비로 경제 성장이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피치도 터키의 경기 침체 위험성 증가를 경고했다. 

터키 재무부는 10일 내년 경제성장률과 재정적자  및 경상적자를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새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15% 가까운 물가상승률을 10%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터키의 이번 조치가 리라화 가치 하락을 중단시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나온다.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에는 터키의 경제부진과 경착륙 우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외, 미국과 터키 간 외교 불협화음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어 리라화 하락세는 쉽게 멈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자율 인상,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요청,  미국과의 화해, 자본유출 통제 등의 수단이 터키 정부에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FT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아직은 관리가능한 수준인 만큼 에르도안 정부가 일단은 버티기 작전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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