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자료사진

[포쓰저널=강민혁 기자]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데 도움을 준 국회의원의 형사사건 수사와 재판 '대응방안'까지 짜고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법원이 특정 피고인을 변호를 해주면서 공정한 재판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려고 한 셈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변호인' 역할을 해준 이는 자유한국당 홍일표(62) 의원이다. 홍 의원은 2014년 12월 대법원이 만든 상고법원 설치 법안을 국회에 대표발의했다. 

홍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 고발과 검찰 수사를 거쳐 2017년 3월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2013년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수입·지출 계좌를 통하지 않고 지인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4천만 원을 수수하고, 2010∼2013년 정치자금 7600만원을 다른 용도로 쓰고 회계장부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법원은 소속 판사를 동원해 홍 의원의  이 사건 수사 및 재판과 관련해  ‘방어 전략’을 담은 문건을 작성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방어 전력을 짜주고 기소되면 재판에서 무죄를 받을 수 있는 방법까지 검토했다.

문건은 2016년 10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지시로 대법원 양형위원회 소속 A 판사가 작성해 임 차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수사 검사나 압수수색·통신영장 등을 검토한 영장전담 판사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내용이 상세하게 적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건에는  ‘입금된 돈이 사무실 비용으로 쓰였다면 홍 의원에게 불리할 수 있으니, 의원실 직원들이 주고받은 돈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한다’, '이마저도 통하지 않으면 의원실 직원이 개인적 계약을 맺었을 뿐 홍 의원은 몰랐다고 대응한다’는  등 수사와 재판의 초점을 흐릴 수 있는 방안들이 적시됐다.

대법원과 소속판사가 홍 의원의 범법행위 진실을 은폐하고 수사권과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를 자청해서 한 셈이다. 

문건은  '다른 사례에 비춰보면 벌금 100만원 미만 선고도 가능하다’,  ‘최근 법원에서 정치자금법 형량이 높아지는 추세로 징역형의 집행유예까지 나올 수 있다’는 등 홍 의원의 예상 형량까지 검토했다. 

실제로 홍 의원은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회계 직원들에 대한 관리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최근 공개된 법원행정처의 다른 문건에는 “홍일표 의원에게 법원이 늘 감사할 것”이라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검찰은 해당 문건을 작성한 A 판사를 지난 2일과 5일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A 판사는 문건 작성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수사 및 재판 대응전략 등 일부분은 자신이 쓴 게 아니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도 당시 대법원으로부터 관련 문건을 전해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홍 의원에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 1년 10월에 3900여만원 추징을 구형했다. 

오는 16일 인천지법에서 이 사건 1심 선고공판이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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