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희상 국회의장./자료사진

[포쓰저널=강민혁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끝내 특수활동비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여론은 국회 특수활동비 전면폐지를 기대했지만 의장단 몫은 결국 존치하는 쪽으로 결론났다. 의장단이라고 하지만 국회 수장인 문희상 의장이 쓰는 게 대부분이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외교·안보·통상 등 국익을 위한 최소한의 영역을 제외한 모든 특수활동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국회 특활비가 '쌈짓돈' 논란에 휩싸이면서 전면폐지 여론이 높았지만, 더불어민주당 출신 국회 지도부는 결국 이를 외면했다. 

문 의장은 유 사무총장의 발표 직전까지 국회 특활비를 전면폐지할 것처럼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상임위원장과의 회동에서 "납짝 엎드려서 국민 뜻에 따를 수밖에(없다)"며 "모난 사람 옆에 있다가 정 맞는다고 특활비를 안 쓰시겠다고 신문에 다 나니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누가 듣더라도 문 의장이 자신 몫을 포함해 국회 특활비 전부를 없앨 것이란 의미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문 의장은 지난 13일 3당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에서도 "(3당 원내대표들이 특활비 전면폐지를 결정한 것이) 의정사에 남을 쾌거"라고 했다.

하지만 같은 민주당 출신이자 국회의장을 지휘를 받는 유인태 사무총장과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핑계거리가 됐다.

유 사무총장과 박 실장은 "국회의장의 위상이 있다, 대통령 특활비가 있듯이 국회의장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장의 국익 활동은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특활비는 필수불가결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활비 최종 대책안을 문 의장이 아니라 유인태 사무총장이 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전면폐지가 아니다보니 비난화살이 다시 쏟아질 것을 대비해 직접 나서지 않고 실무자에 불과한 유 사무총장에게 마이크를 잡게 했다는 지적이다.

유인태 사무총장은 이날 발표에서 "국회는 올해 특수활동비는 특수활동비 본연의 목적에 합당한 필요최소한의 경비만을 집행하고 나머지는 모두 반납하며, 2019년도 예산도 이에 준하여 대폭 감축 편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행적으로 집행되던 교섭단체 및 상임위원회 운영지원비, 국외활동 장도비, 목적이 불분명한 식사비 등 특수활동비 본연의 목적 및 국민의 정서와 맞지 않는 모든 집행을 즉각 폐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목적에 합당한' 경비라는 개념 자체가 애매모호한데다 그 판단도 결국 쓰는 사람인 문희상 의장 등이 스스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 머리 스스로 깍는' 것을 문 의장에게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특활비 사용내역 정보공개와 관련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한 것 같지만, 현재 진행중인 정보공개청구소송에 대한 항소 취하 등 실질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유 사무총장은 "국회는 2018년 말까지 준비기간을 거쳐, 기존 법원의 판결의 취지에 따라 특수활동비의 집행에 관련한 모든 정보공개청구를 수용한다"고 말했다.  

판결의 취지에 따르는 것은 국민이면 너무나 당연한 일에 불과한데, '판결 취지대로 공개한다'는 것이 무슨 개선책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유 사무총장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필수비용만 남긴다고 하더라도 특활비 목적에 맞는 지출은 지금으로선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사무총장은 "(남기기로 한 의장단) 특활비도 의장이 독단으로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총장 등과 협의해서 집행하게 될 것"이라며 "내년 예산 또한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수현 비서실장은 "당장 올해 하반기 국회 특활비 31억원 중 70% 이상, 그러니까 20억원 상당의 비용이 반납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인태 사무총장과 박수현 실장은 이를 두고 "사실상 완전 폐지에 가깝다"고 했다.  

전체의 3분의 1을 남기면서 '완전폐지' 운운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 비서실장은 "최소영역으로 밝힌 외교·안보·통상 관련 부분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국익상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외교 부분의 경우 상대국과의 관계도 있고, 통상마찰 부분과 관련해 비공식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등 행정부와 달리 입법기관인 국회의장이 십수억원을 써가며 '은밀하게' 진행해야할 외교활동이 실제로 있는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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